두 달간 37조원 쓴 헤그세스 ‘전쟁광’ 본색… “최대 적은 민주당”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개전 뒤 첫 출석 의회서 美국방
이란戰 타당성 의문에 막무가내
여야 모두 탄약 탕진 고갈 우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29일 미 워싱턴 레이번 하원 사무동에서 열린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대(對)이란 전쟁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미 연방의회 의원들을 도리어 질타했다.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대신 질문을 이적(利敵) 행위로 매도하면서다.

‘수렁’ 비판에 발끈

29일(현지시간)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헤그세스 장관은 시종일관 의회의 전쟁 회의론을 질책했다. 모두발언부터 공격적이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최대 도전과 최대 적은 의회 민주당 의원들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패배주의적인 발언들”이라고 도발했다.

설전은 주로 야당 의원 질의 때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쟁에 따른 미국 내 물가 상승, 급증하는 전쟁 비용, 급격한 탄약 소모로 인한 대비 태세 약화, 전쟁 도중 잇따라 이뤄진 군 고위직 경질 등을 문제 삼았다. 헤그세스 장관은 물가에 미치는 여파와 비용 등에 대해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으려면 불가피하다고, 군 고위직 인사에 대해선 국방부 내에 ‘전사 문화’를 재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대답을 얼버무리는 식으로 반박했다.

그러나 ‘수렁’이라는 표현이 나오자 예민하게 반응했다. 존 개러멘디(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지금껏 미국이 입은 손실 규모를 열거하며 미국이 달성한 게 무엇인지 추궁했고, 이번 전쟁을 정치적·경제적 재앙으로 규정하며 “미국이 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헤그세스 장관은 “시작된 지 두 달밖에 안 된 작전을 수렁이라 부르다니 창피한 줄 알라”며 “적들에게 선전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반격했다. “대체 누구를 응원하는 것이냐”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지금껏 대이란 전쟁에 들어간 비용의 추산치가 처음 공개됐다. 헤그세스 장관과 함께 출석한 제이 허스트 국방부 회계감사관(차관)은 “‘장대한 분노’ 작전에 대략 250억 달러(약 37조 원)가 지출됐다”며 “대부분은 (미사일 등) 탄약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군이 이란과의 전쟁에 수년 치 미사일을 탕진했다”며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분쟁 대비 태세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짚었다. 걱정은 여야를 막론했다. 집권 공화당 소속인 하원 군사위원장 마이크 로저스(앨라배마) 의원은 미국의 탄약 비축량이 위험할 정도로 부족하며 이를 보충할 수 있는 미국의 산업적 역량은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이번 전쟁에서 숨진 미군 장병 수는 14명이라고 댄 케인 미군 합동참모의장이 밝혔는데, 이는 국방부가 공개한 기존 희생자 수 13명보다 한 명 많다.

“북핵이 반면교사”

29일 미국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가 열린 미 워싱턴 레이번 하원 사무동에서 반전 시위대가 이란과의 전쟁에 항의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이날 청문회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대이란 공격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거론했다. 재래식 미사일로 외부 공격을 차단하며 오랜 기간 은밀히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과 유사한 전략을 이란이 구사한 만큼 방치할 수 없었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확보해 지역(한반도 주변)과 세계를 협박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7 회계연도(2026년 10월 1일~2027년 9월 30일) 국방 예산을 심의하기 위한 이날 청문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월 28일 이란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개시한 뒤 약 두 달 만에 헤그세스 장관이 처음 의회에 나와 증언하는 자리였다. 청문회장 밖 복도에서는 시위대가 반전(反戰) 구호를 외쳤고 헤그세스 장관이 도착하자 “전범”이라는 비난이나 “헤그세스를 체포하라”는 요구도 들렸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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