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독미군 철수 징후 없어… 군 병원 인력은 외려 늘었다” [인터뷰]

미 본토 밖 최대 공군기지 위치한
독일 람슈타인 시장, 공동 인터뷰
트럼프 주독미군 감축 선언에도
“현지에선 철수 징후 아직 없다”
“철수하면 미국인들 섭섭할 것”
“미군 주둔, 지역경제 버팀목”

미 본토 밖 최대 공군기지가 위치한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람슈타인 시장 랄프 헤흘러가 6일 독일 베를린 주재 외신기자들과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베를린=정승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독미군 5,000명 이상 감축’을 선언한 가운데 미 본토 밖 최대 공군기지인 ‘람슈타인 기지’가 위치한 독일 남서부 람슈타인 시장이 6일(현지시간) “미군이 당장 철수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람슈타인 기지에서 근무하는 미군은 1만 명으로 현지 인구(8,200명)보다 더 많다. 그는 “인근 란트슈툴 군 병원은 오히려 인력을 확충했다”며 “미국∙이란 전쟁으로 군용기 비행 횟수는 늘었고 주변 호텔과 숙소는 모두 만원 상태로 평소보다 더 많은 인원이 이 지역에 있다”고 말했다.

랄프 헤흘러 람슈타인 시장은 이날 독일 베를린 주재 외신기자들과 화상으로 진행한 공동 인터뷰에서 “최근 5, 6년간 지역 학교나 병원 현대화, 재생 에너지 등 미군이 관련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며 “그래서 주민들은 미군이 이 지역에서 철수하거나 역할을 줄일 것이라는 징후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람슈타인 기지는 미군이 본토 밖에서 운용하는 최대 공군기지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이란 전쟁에서도 미군의 주요 물류 허브기지 역할을 했다. 인근에 위치한 란트슈툴에는 해외 최대 미군병원이 있다. 란트슈툴 등까지 포함하면 람슈타인 지역 인근에 거주하는 미군과 군무원, 가족 등 미국인은 약 5만 명에 달한다.

“미군 시설 유지보수 계약만 1000건”

4일 독일 남서부 지역에 위치한 유럽 주둔 미 공군 사령부 본부인 람슈타인 기지에서 미 공군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애초 프랑스 비행장이었던 람슈타인 기지는 미국과 프랑스가 독일을 분할 점령한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52년 미군이 비행장을 건설하면서 형성됐다. 5대째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토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헤흘러 시장은 “미군은 정치 이야기를 잘 하진 않지만 그 가족들은 유럽을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독일에서의 생활을 특권으로 여긴다”며 “당장 내일 미군이 철수하면 그들은 섭섭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 역시 미군과 70년 이상 친구이자 파트너로 지내왔다”고 덧붙였다.

미군이 지역경제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헤흘러 시장은 “람슈타인은 부채가 없는 매우 드문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라며 “미군이 세금을 내진 않지만 주택과 식당, 숙박업은 물론 건물 수리, 냉난방 설비 등 미군이 지역 업체에 유지 보수를 발주하면서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기지에서만 1,000개가 넘는 건물 유지보수 계약이 성사됐다”며 “지역은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깝고 소득세 수입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람슈타인 기지, 미국에도 전략적으로 중요”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는 반대로 “미군 입장에서도 람슈타인 기지가 여전히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2021년에도 철수 논의가 있었지만 현실화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고위 관리 출신인 고든 데이비스 미 육군 소장은 최근 “주독미군 감축 결정은 유럽이나 인접 지역에서 발생할 잠재적 분쟁에 대한 미군의 신속대응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헤흘러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발언이 주독미군 감축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선 “미국의 해외 병력 재배치 전략은 그 전에 공개됐다”며 “특정 정치인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가 지난달 27일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의 전략 부재를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6개월에서 1년 내에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 5,000명 이상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주독미군(3만6,000명)의 14%에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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