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0원 터치한 원·달러 환율, 어디까지 오를까… ‘3高’에 서민 고통 커져

신주희 기자

미국 금리 인상 기조에 ‘악재’ 겹겹
외환당국 구두 개입도 환율 못 잡아
고유가, 고물가에 고환율까지 중첩
“중산층 이하 구매력 하락, 양극화 심화”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 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까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40원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다급히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환율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1,500원대 고환율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가 맞물린 ‘3고’가 현실화하면서 서민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4일 원·달러 환율은 13.3원 오른 1,529.7원에 거래를 마쳤다. 1,530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장중 1,530.8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530원을 넘겨 거래를 시작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0일(1,554.0원) 이후 약 17년 3개월 만이다. 장중 기준으로 1,530원대 환율은 올해 3월 31일 1,536.9원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주간 거래를 마치고 곧장 열린 야간 외환시장에서는 1,540원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부랴부랴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환율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환율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때 1,520원 선으로 소폭 내려앉은 환율은 다시 상승 거래를 지속하며,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강달러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까지 겹치면서 환율 상단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간밤 미국이 한국에 추가 관세 12.5%를 부과할 수 있다는 소식도 환율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문제는 좀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쟁에 따른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환율 상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고 이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적 기조를 강화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원화 약세, 증시 조정 압력은 더 커진다.

환율이 높은 수준에 머물수록 가뜩이나 고물가인 상황에서 민생 경제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고환율→수입물가 상승→금리 인상 압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유와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국내 산업 구조상 고유가와 고환율은 생산비 부담을 높이고 결국 소비재에도 전이된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오르며 2024년 3월 이후 처음 3%대로 올라섰는데, 당분간 3%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는 이미 오름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지표금리인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연초 3% 중반 수준에서 이달 4% 초반까지 뛰었다. 앞서 1일에는 4.29%까지 오르며 2023년 11월 1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오르면 중산층 이하 계층의 구매력이 하락하게 된다”라며 “특히 고환율·고물가 기조에 금리 인상까지 맞물릴 경우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신주희 기자snowcarf20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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