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민권 안 주려 임신부 입국 막나… ‘출생시민권’ 패소에 플랜B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원정 출산’ 강력 단속 선회 조짐
“개인 임신 정보 확보 발상 위험”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이민 옹호 활동가들이 대법원의 출생시민권 유지 판결을 환영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임신한 외국 여성의 자국 입국을 제한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 연방대법원의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 위헌 결정으로 불법·임시 체류자 자녀에게도 계속 미국 시민권이 부여될 수 있게 되자, 아예 외국인 방문객이 미국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게 막는 방안을 트럼프 행정부가 대안으로 모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전날 출생시민권 관련 대법원 소송에서 패소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과 골수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이 외국인 임신부의 미국 입국을 차단하는 새로운 구상의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친(親)트럼프 성향 보수 매체인 ‘페더럴리스트’의 창립자 숀 데이비스가 대법원 판결 직후 미국 정부가 임신한 외국인 여성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전날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제 미국이 “일시적인 방문일지라도 누가 미국에 들어오는지를 매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액시오스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의 권리를 문제 삼는 것에서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는 것으로 논의가 전환될 조짐”이라고 전했다.

행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콜린 맥도널드 법무부 차관보는 전날 ‘사기성 원정 출산 알선 행위 처벌’ 제하 법무부 직원 대상 메모에서 원정 출산 의도로 미국 여행 목적 또는 기간을 속이는 범죄에 비자 사기뿐만 아니라 송금 사기나 의료 사기, 자금 세탁, 신분 도용 등 혐의까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력 단속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문제는 임신이 민감한 개인 정보라는 사실이다. 미국 비영리 여성권 옹호 단체인 전국여성법률센터(NWLC)의 연방 임신중지(낙태) 정책 선임국장 케이티 오코너는 액시오스에 “누가 임신했는지나 임신 상태가 어떤지에 대한 데이터를 연방정부나 주(州)정부에 넘길 수 있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임신 여부를 알아내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오코너는 “(입국 심사 때) 임신 여부를 간단히 물을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일 수도 있다. 현 행정부가 어떻게 할지 예측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원정 출산 의심 사례의 전체 출산 대비 비율도 대대적 단속을 벌이기에 의미 있는 수치가 아니라는 게 액시오스 지적이다. 미국 싱크탱크 이민연구센터에 따르면 2020년 원정 출산 규모는 2만~2만6,000건으로 추산됐는데, 그해 미국의 출생아 수는 361만 명이었다. 0.7%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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