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주식 못 하겠네~’… 증시에서 돈 빼 은행 예·적금으로

신주희 기자

6월 은행 수신 잔액 2622.5조 원
변동성 증시에 안전 투자로 ‘머니무브’
시장 금리 상승에 예금 수요도 커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하루 앞둔 15일 경기도 내 한 시중은행에서 시민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시중은행의 예·적금 등 수신 잔액이 빠르게 불어난 반면 가계대출 문턱은 높아지면서 은행권 수신 잔액이 여신 잔액을 추월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증시 변동성에 투자자들이 다시 은행 예금으로 자금을 옮긴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예·적금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수신 잔액은 2,622조5,000억으로 5월(2,593조7,000억 원)보다 28조8,00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신 잔액은 12조7,000억 원 늘어난 2,602조8,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수신 증가를 이끈 것은 기업자금이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가계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법인자금이 유입되면서 12조2,000억 원 늘었다. 정기예금도 가계의 예금 인출이 이어진 가운데 일부 은행이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자금을 유치하면서 14조2,000억 원 증가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1월 은행 수신 잔액은 2,483조9,000억 원으로 여신 잔액 2,542조3,000억 원보다 58조4,000억 원 적었다. 증시 활황으로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은행 수신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둔화한 반면, 여신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에 나선 점도 여신 증가세를 뒷받침했다.

수신과 여신의 격차는 5월 들어 역전됐다. 5월 은행 수신 잔액은 2,593조7,000억 원으로 여신 잔액 2,590조1,000억 원을 3조6,000억 원 웃돌았다. 이후 지난달 수신 증가 폭이 여신 증가 폭의 두 배를 넘어서면서 격차는 19조7,000억 원까지 벌어졌다.

최근에는 정기예금으로의 자금 유입 속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일 기준 961조8,12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949조3,998억 원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서만 12조4,124억 원이 예금으로 들어온 것이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대기자금 일부가 은행 예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금리 상승도 예금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면서 은행채 금리와 예금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은행권의 잇따른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여신 증가 폭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한도와 영업점별 취급 한도를 잇달아 낮추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축소한 데 이어 우리은행도 주택 관련 대출의 영업점별 월간 취급 한도를 3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줄였다.

은행권에서는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질 경우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중)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증시 변동성이 지속되고 예금금리까지 오르면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던 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돌아오는 ‘역머니무브’가 뚜렷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는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진 만큼 가계의 예·적금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신주희 기자snowcarf20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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