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실종자는 왜 네팔 전역에서 나왔나… “가족 생계 책임졌는데”
문재연 기자
네팔 발전소 실종자, 극서부 등 전역에서 나와
7명 가족 생계 책임지던 가장도 행방묘연
“가장 실종되면서 가족 생계 위협까지”

네팔과 중국 티베트 국경 히말라야 산악지대에 대규모 산사태와 홍수가 일어난 지 13일째인 7일 네팔 누와코트 지역 데비가트에서 마을 주민이 생필품을 옮기고 있다. 데비가트(네팔)=뉴스1
네팔 대홍수 국가 애도의 날인 7일(현지시간) 어퍼트리슐리-3B 발전소의 실종자 가족들은 수도 카트만두에서 수색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실종자들의 고향은 피해 현장인 라수와·누와코트만이 아니었다. 수백 ㎞ 떨어진 칸찬푸르·카르날리·루판데히·마데시 등 네팔 전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네팔 현지 매체 칸티푸르와 라토파티 등은 이날 네팔 극서부 또는 남부에서 거주하면서 일자리를 위해 라수와·누와코트 수력발전소를 찾았다가 실종된 노동자들의 사연을 보도했다. 네팔민간전력생산자협회(IPPAN)에 따르면 전날 기준 12개 수력발전소가 홍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11개 발전소에서 919명이 연락 두절 상태다. 어퍼트리슐리-1이 548명으로 가장 많았고, 어퍼트리슐리-3B 178명, 라수와가디 93명, 랑탕콜라와 어퍼트리슐리-3A가 각각 39명 등이다.
홍수 피해지역인 바그마티주(州) 라수와 지역과 약 360㎞ 떨어진 남서부의 룸비니주 내무부의 전날 집계에 따르면 이 주에서는 총 245명의 실종자가 나왔다. 실종된 이들 대부분이 라수와 지역의 발전소 노동자나 운전기사로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룸비니주 루판데히 지역에서는 18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모두 19~45세 남성으로, 다수가 어퍼트리슐리-3B 발전소 기술자와 누와코트 발전소 직원들이었다.
중서부 카르날리주 줌라 지역에서는 주민 68명이 연락이 끊겼다. 현지 주민은 이들 상당수가 트리슐리 수력발전소에서 일했다고 칸티푸르에 전했다. 라토파는 남부 평야 마데시주 출신 162명도 라수와 일대에서 연락이 끊긴 상태다.
실종자 중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이 적지 않았다. 극서부 수두르파슈침주의 카일랄리 지역 티카푸르 출신의 26세 청년 디팍 차우다리는 사고 당일인 지난달 26일 오전 6시 30분 부친에게 “곧 생활비를 보내겠다”고 전화한 것을 끝으로 연락이 두절됐다.
룸비니 지역에서 온 27세 아르준 가르티는 부모와 동생들, 아내와 두 아이까지 총 7명의 식구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는 사고 당일 오전 7시 45분 “이제 일하러 간다”는 통화를 마지막으로 실종됐다. 같은 주의 칸찬푸르에선 한 가족의 일원 3명이 한꺼번에 실종됐다. 조카 2명과 삼촌 한 명이 이웃의 소개를 받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퍼트리슐리-1 발전소에 일하던 중이었다.
가장을 잃으면서 가족들은 곧바로 생계 위협에 놓였다. 네팔 ABC방송은 이날 어퍼트리슐리-3B 발전소에서 일하다 연락이 끊긴 실종자의 세 가족이 식량마저 떨어져 지역 주민들의 긴급 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네팔 국영 일간 고르카파트라는 “가족의 주요 생계부양자가 사라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일상생활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며 홍수 피해가 빈곤층 생계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평론가 잘락 수베디는 지난달 31일 네팔 온라인카바르를 통해 “트리슐리 유역은 네팔의 주요 고용지역이자 경제 회랑”이라며 “이 지역에 의존하던 전국 각지의 수백 가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간신히 삶을 이어오던 이들이 단숨에 빈곤층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네팔 당국은 어퍼트리슐리와 칠리메, 라수와가디 등 주요 수력발전소에 대한 구조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랑탕콜라 수력발전소에선 터널 내부 수색이 종료됐다. IPPAN에 따르면 랑탕콜라 발전소에서 연락 두절된 직원은 총 39명이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NDRRMA)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홍수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1,355명이다. 실종자는 4,996명으로 집계됐다.
- 문재연 기자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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