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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차별도 차별”…인종 다양성 축소될듯

소수계 우대정책 위헌판결

연방대법원이 29일 미국 대학들이 60여년간 신입생 선발 때 적용해온 소수계 우대정책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 대학들은 입학 전형에 인종 요소를 반영해 소수인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들에게 문호를 넓히면서, 인종적 다양성을 어느 정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따라 대학 입학 때 흑인 및 히스패닉 학생들에 대한 ‘특별한 고려 요소’가 사라지게 됨에 따라 향후 미국 대학내 인종 다양성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소수 인종 우대, 대학 입학서 어떻게 작동했나=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를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한 단체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은 하버드대가 흑인, 히스패닉 등 다른 소수인종 그룹을 우대하기 위해 아시아계를 의도적으로 차별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하버드대 측은 인종은 신입생 선발 전형에서 검토하는 많은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버드대는 인종을 잠재적인 가점 또는 플러스 요소로 설명한다.

학생이 저소득 가정 출신인지 여부나 특별한 운동에 재능이 있는지 등에 따라 주는 다양한 가점과 비슷한 취지라는 것이다. 과거 일부 대학에서 인종 비율을 쿼터로 정해 선발하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1978년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학(UC데이비스) 의대를 상대로 이 같은 제도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학생의 소송이 제기돼 대법원이 이 학생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후 쿼터제는 폐지됐다.

■“특정 인종 우대는 차별”…대법원, 보수 우위 재편이 요인?= 그동안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은 여러차례 있었고, 대법원은 2003년과 2016년에도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이후 대법원의 지형은 크게 달라졌다.

2016년 당시 합헌결정 때 반대 의견을 낸 존 로버츠 대법원장,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얼리토 등 3명의 대법관이 계속 대법원에 잔류한데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성향의 대법관 3명이 가세했다. 이에 따라 총 9명의 대법관 중 보수성향 대법관이 6명으로 다수가 됐고, 이런 대법원의 구성은 이번 판결에서 그대로 반영돼 판례가 뒤집히게 됐다.

존 로버츠 대법관은 “대학들은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기술이나 학습 등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왔다”면서 “학생들은 인종이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업 성적 우수한 아시아계에 유리해지나= 2020년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하버드대 학부생의 36%가 백인, 11%가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21%가 아시아계, 12%는 히스패닉 또는 히스패닉, 나머지 11%는 유학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사라지면 대학의 인종 구성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교육계는 우려하고 있다.

실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1996년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금지된 뒤 2년 만에 명문대인 버클리대와 UCLA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의 입학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0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학생 비율은 아시아계의 58%, 백인의 31%였으며, 히스패닉과 흑인은 각각 12%, 8% 비율로 훨씬 낮았다.

이런 데이터를 보면 그동안 성적이 좋아도 치열한 경쟁 속에 명문대 진학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인 등 아시아계 학생들에게는 진학 문이 조금 더 넓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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