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세 번 간 젠슨 황의 ‘K게임 팬덤 비즈니스’… 피지컬AI·AI PC 시장 노린다
홍인택 기자 외 1명
PC방 찾아 ‘한국 사랑’ 과시한 젠슨 황
자사 그래픽카드·AI 노트북 선물 뿌려
“한국 e스포츠와 엔비디아 함께 컸다”
‘배그’ 등 게임에 온디바이스AI 접목도
잠실야구장서 두산 유니폼 입구 시구도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이 시타자로 호흡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PC방에서 열린 크래프톤 행사에서 추첨을 통해 뽑힌 한 이용자에게 줄 최신 그래픽카드에 ‘젠슨 황 ♡ 코리아’라고 적자 장병규(왼쪽) 크래프톤 의장이 엄지를 들어 올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방한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 PC방을 잇달아 방문해 게임사 경영진과 게임 팬을 두루 만나며 현장 비즈니스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두산 홈경기가 열린 야구장에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만나 파트너십을 다지는가 하면, 점심과 저녁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각각 회동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젠슨 황은 7일 크래프톤과 엔씨가 서울 강남구 소재 PC방에서 각각 진행한 게임 팬 초청 행사장을 찾았다. 5일 방한 첫 일정으로 e스포츠 구단인 T1이 운영하는 PC방에서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만난 데 이어, 이날까지 PC방을 세 번이나 찾았다.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하고 피지컬 AI 분야로 진출하는 국내 게임사를 고객사로 관리하면서 한국 게임 소비자들에게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AI 노트북 라인업 등을 각인시키겠다는 사업 전략으로 보인다.
젠슨 황은 PC방 회동 때마다 한국 게임 팬들에 대한 애정을 내보였다. 이날 크래프톤이 자사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게임방송인과 팬들을 모은 PC방을 찾아 “한국 덕분에 e스포츠가 전 세계로 퍼졌다. 그래서 방한을 좋아한다. (엔비디아는) 여러분과 함께 성장했다”고 말했다.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 서울 서초구의 PC방에서 열린 엔씨의 다중접속 역할 수행 게임(MMORPG) 아이온2 서프라이즈 라이브 행사에서 경품을 받은 참가자를 뽑는 동안 김택진 엔씨 대표가 마이크를 받쳐주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어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카드와 AI 노트북 ‘RTX 스파크’ 교환권을 추첨을 통해 선물하며 게임 팬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젠슨 황은 PC방을 찾을 때마다 600만 원이 넘는 그래픽 카드 ‘RTX 5090’을 1개씩 선물했다. 그는 제품에 ‘젠슨 황 ♥ 한국’이라 쓰면서 “엔비디아 설립자 에디션”이라고 했다. 젠슨 황은 ‘IOU(I Owe You·내가 빚졌다)’라고 적은 노트북 교환권도 방문지마다 2매씩 주며 “RTX 스파크가 생산되면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5일 PC방에서도 추첨으로 그래픽카드와 AI 노트북 교환권을 증정했다.
그의 행보는 AI 제품 판로가 기업에서 소비자로 다변화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AI 에이전트’를 주 기능으로 앞세운 RTX 스파크로 고사양 게임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은 엔씨의 대표작 ‘아이온2’ 게이머들이 모인 PC방에선 “엔비디아는 그동안 PC와 다른 새로운 컴퓨터를 개발했다”며 “새 설계, 새 디자인은 물론 비디오 게임도 작동되며 AI(에이전트)도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PC방 회동은 젠슨 황 측이 한국의 게임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며 국내 게임사에 요청해 성사됐다.
이번 방문을 통해 게임사들과 AI를 매개로 한 협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크래프톤과 엔씨는 모두 별도 AI 개발 법인을 두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FM) 사업에도 참여했다. 김택진 엔씨 대표는 젠슨 황이 당첨자를 가릴 제비를 뽑는 동안 마이크를 직접 받쳐주는 등 친분을 과시했다. 젠슨 황은 “당신이 오늘 내 윙맨(wingman·동료 조종사)”이라고 했다. 엔씨는 2003년 ‘리니지2’ 출시 당시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2만 장을 직접 매입해 전국 PC방에 공급하기도 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이날 회동 뒤 “엔비디아는 꾸준히 게임과 AI를 키워갈 것이고 크래프톤은 엔비디아 기술과 칩을 활용하는 회사”라며 “꾸준히 (젠슨 황과) 만날 것”이라 말했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의 기기 내부에서 쓰는 온디바이스 AI 모델에 기반한 가상 AI 플레이어들을 배틀그라운드에 접목했다. 크래프톤의 피지컬 AI 법인인 ‘루도 로보틱스’ 한국 대표인 이강욱 크래프톤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도 배석했다.
젠슨 황은 게임사 미팅 뒤 야구장으로 이동했다. 그는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시구에 나섰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시타자로 호흡을 맞췄다.
재계에 따르면, 시구는 엔비디아 측 제안으로 이뤄졌다. 젠슨 황은 야구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걸로 알려졌다. 2024년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했고, 같은 해 대만 프로야구 웨이취안 드래곤즈의 홈경기에서도 공을 던졌다. 박 회장은 젠슨 황에게 두산의 기업 정신을 상징하는 조형물인 ‘두산일두(斗山一斗 한 말(斗) 한 말 차근차근 쌓아 올려 산(山)처럼 크게 성장하라는 의미)’와 엔비디아 창립연도(1993년)를 의미하는 등번호 ’93’이 새겨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선물했다.
이번 시구와 시타는 엔비디아와 두산이 AI 분야 핵심 파트너 관계임을 알리는 전략적 이벤트로 풀이됐다. 엔비디아는 피지컬 AI 맞춤형 FM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을 완성하려면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로봇이나 기계 등이 필요한데 두산의 로보틱스, 건설기계, 발전기기 등이 적격이라는 것이다. 양사는 지난해 10월 피지컬 AI 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에 뜻을 모았다. 이후 두산 사업 분야의 지능화를 위한 본격적인 기술 및 연구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궁극적 목표는 두산의 사업별 데이터를 엔비디아의 피지컬 AI에 학습시켜 두산에 최적화된 맞춤형 FM을 확보하는 것이다. 젠슨 황의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는 올해 4월 경기 성남시 소재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센터를 찾기도 했다. 로봇 영역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두산로보틱스는 자체 로봇 전용 실행 소프트웨어 ‘에이전틱 로봇 운영체제’를 개발 중인데, 엔비디아의 AI·로보틱스 시뮬레이션·학습 인프라를 연계하는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양사는 이 협력을 통해 내년 에이전틱 로봇 운영체제 기반 지능형 로봇 설루션을, 2028년에는 산업용 휴머노이드 제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