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가들, 이란에 “배신적 공격” 비난…군사대응도 거론

이란, 걸프 이웃국가 공격에 외교적 역효과
영국·프랑스, 기지 공격에 “비례적 대응” 경고

요격된 이란의 미사일 파편으로 인해 1일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제벨 알리 항구의 선착장 한 곳에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항구의 위성 사진. 두바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이란이 주변 동맹국을 대상으로 무차별 보복에 나서면서 외교적 반발을 사고 있다. 역내 ‘데탕트(긴장 완화)’ 관계를 구축했던 걸프 지역 아랍국가들은 일제히 이란을 규탄하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비례적 타격을 공식 경고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등 6개국 외교장관과 걸프협력회의(GCC)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열고 이란의 무차별 공격으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배신적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국가 안보와 안정을 수호하고 영토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는 선택지도 포함된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사흘 연속 중동 내 미군 기지는 물론 주변국의 공항·호텔·주거 지역까지 무차별 공격을 감행했다. UAE 최대 도시인 두바이가 이틀 연속으로 이란의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격에 노출되면서 국제공항과 호화 호텔인 페어몬트 더 팜, 부르즈 알아랍 호텔 등에 화재가 발생했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 카타르 수도 도하,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에서도 인명과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집중 공습이 방공망에 가로막혀 성과가 미미했던 ‘교훈’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걸프 국가에 주둔하는 미국을 겨냥하고 있을 뿐”이라며 “불만이 있다면 이 전쟁을 결정한 미국을 탓하라”고 주장했다. 다만, 미군 기지가 없는 오만까지 공격한 것에 대해 아라그치 장관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다”며 군의 실수였다고 시인했다.

걸프 국가들은 이란에 분노했다. UAE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 위치한 대사관을 폐쇄하고 대사 이하 전원을 고국으로 소환했다. UAE와 이란이 관계를 정상화한 지 3년 만이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실 고문은 “걸프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처음엔 미국과 이스라엘에 분노했지만, 이란이 걸프 국가들을 표적으로 삼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란이 적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소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던 유럽도 걸프국 방어에 나섰다. 영국·프랑스·독일 3국 정상은 이날 추가로 공동성명을 내고 이란의 공격을 ‘무차별적이고 비례성 없는 행위’로 규탄하며, 필요할 경우 “미사일·드론 발사 능력 자체를 파괴하는 방어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지중해권의 유럽연합(EU) 국가인 키프로스의 영국 공군기지와 UAE 주둔 프랑스 해군기지가 이란의 드론 공격에 당했기 때문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도 직접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지면서 미국과 적극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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