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거북선’ 선물·방산 MOU… 이 대통령, 필리핀 잠수함 수주 문 두드렸다
한·필리핀 ‘1949년 3월 3일 수교’
양 정상 4개월여 만에 다시 대좌
필리핀 잠수함 도입도 주요 의제
‘금거북선 모형’ 선물로 힘 싣기

이재명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3일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리핀을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양 정상은 양국 수교 77주년을 맞아 그간의 경제적 협력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로 약속했다. 특히 국내 기업의 수주전을 지원하는 ‘방산·원전 세일즈 외교’가 주요하게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회담을 한 뒤 이어진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양국은 급변하는 경제‧안보 환경에 함께 대응하며 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1949년 3월 3일 수교를 맺어, 이날 정상회담에서 수교 77주년을 정확히 같은 날 기념하는 셈이 됐다. 두 정상의 회담은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첫 회담을 가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방산 협력’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응과 해군 전력 강화를 위해 첫 잠수함을 도입할 계획이다. 잠수함 수주전에는 이미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가 뛰어든 상태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해 방한 당시 한화오션과 잠수함 도입 관련 회의를 갖기도 했다.
이날 체결된 ‘특정 방산물자 조달을 위한 시행약정’도 이를 뒷받침하는 성격이 짙다. 양국은 이 약정에서 수의계약 가능 업체 목록을 확대해, 국내 방산 기업의 수주 여건을 개선했다. 또한 판매 이후에도 무기체계 유지·보수나 후속 군수 지원이 가능하도록 협력 범위를 넓혔고, 금융지원을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3일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정상은 이외에도 인프라‧통상을 비롯해, 원전·조선·핵심광물·인공지능(AI) 등까지 협력 분야를 넓혀 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디지털, 초국가범죄, 보훈, 지식재산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MOU) 9건도 체결했고, 핵심광물, 원전 등에서 MOU 7건도 다음날 추가 체결할 계획이다. 니켈, 희토류 등에서 핵심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바탄 원전 등 신규 원전 유치를 위한 기반을 닦는 성과가 기대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방산 협력의 의미를 담은 ‘금거북선 모형’을 선물하면서 힘을 실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세계 최강 수준인 대한민국 조선업의 역사와 기술력을 상징하는 거북선을 통해 양국의 방산 협력 강화를 기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르코스 대통령이 어릴 적 조종사를 꿈꿨고, 영화 ‘탑건’의 팬인 점을 고려해 우리 공군의 조종사 항공 점퍼도 선물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확대회담과 공동언론발표, 만찬에서 세 차례 필리핀의 한국전쟁 파병을 언급하면서 양국의 ‘역사적 연대’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1박 2일간의 짧은 방문 기간에도 보훈 일정을 두 건이나 잡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 첫 일정으로 ‘필리핀 국부’ 독립운동가 호세 리잘의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고, 다음날은 마닐라 영웅묘지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생존 참전용사와 후손들을 만날 예정이다.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필리핀 대통령 부부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공개했다.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는 우리 공군이 입는 조종사 항공 점퍼와 주물로 거북선 모형을 찍은 금거북선 모형을, 부인 루이즈 아라네타 마르코스 여사에게는 비취, 호박, 산호를 조화롭게 장식한 명주실 정홍 금화 노리개를 선물했다. 청와대 제공
- 우태경 기자taek0ng@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