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제3자 뇌물 공소기각’ 뒤집혔다… 항소심 “이중기소 아냐”
이종구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4월 28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공소기각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제3자 뇌물 혐의는 별개의 범죄라며 이중기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수원고법 형사2부(부장 김건우)는 10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과 이 사건 뇌물공여죄의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아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며 “원심은 양 죄를 상상적 경합으로 보고 이중기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 실체적 경합은 서로 다른 범죄를 각각 저지른 경우를 말한다. 실체적 경합으로 인정되면 각 범죄를 별도로 평가해 형을 정하는 만큼 처벌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이어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죄가 보호하는 법익은 외국환 관리 질서와 국제수지 균형, 통화가치의 안정인 반면, 뇌물공여죄는 공무원의 직무 집행 공정성과 국가 기능의 공정성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라며 “피고인이 상대방에게 외국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실행 행위가 일부 중첩됐더라도 구성 요건과 보호 법익이 달라 하나의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모두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신 지급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2023년 구속기소됐다. 그는 2024년 7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았다.
이 사건의 이중기소는 검찰이 같은 대북 송금 행위를 두고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이어 제3자 뇌물 혐의로 다시 기소한 것이 적법한지를 둘러싼 쟁점이다. 검찰은 2024년 6월 김 전 회장의 대북 송금이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 등을 위한 제3자 뇌물에 해당한다며 추가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과 범행 일시, 장소, 지급 대상 등이 같아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만큼 이중기소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소를 기각했다.
항소심이 이를 뒤집으면서 사건은 수원지법으로 환송돼 제3자 뇌물 혐의의 실체 심리를 다시 받게 됐다. 이번 판결로 제3자 뇌물 혐의에 법원의 실체 판단이 가능해진 만큼, 같은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이 대통령 사건의 법리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종구 기자minjung@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