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못 봤다, 지휘관이 명령”… 마약선 생존자 살해 책임, 부하에 떠넘긴 美국방

“옳은 결정” 위하는 척 “난 무관” ‘발뺌’
‘전쟁 범죄’ 중론에 희생양 만들기 의심
트럼프, 軍 작전 확대 시사… 되레 강경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2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 도중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2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 도중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마약 운반선’ 생존자 살해 결정 책임을 부하에게 떠넘겼다. ‘전쟁 범죄’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의회도 초당적 조사에 착수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짐작된다. 미군 통수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도리어 더 강경한 모습을 보이며 군사 작전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회의 다녀오니 상황 종료”

헤그세스 장관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내각 회의에서 9월 초 마약 밀수 용도로 추정되는 카리브해상 선박을 미군이 격침할 때 첫 공습 뒤 생존자들을 마저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나는 생존자들을 보지 못했다”며 자신이 공습 작전 현장을 생중계로 보다 다른 회의에 다녀오느라 자리를 비운 한두 시간 사이에 2차 공격이 이뤄졌고 그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기가 생존자들을 보지 못한 게 기자들은 알 수 없는 ‘전쟁의 안개(fog of war·전쟁터 상황의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자신을 비판한 언론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반면 현장 지휘관인 프랭크 브래들리 해군 제독은 감쌌다. 헤그세스 장관은 “선박을 침몰시키고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브래들리 제독을 칭찬했다.

그러나 이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자신이 2차 공격과 무관하다고 발뺌하기 위한 위선이라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브래들리 제독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법적 책임을 피하는 게 헤그세스 장관 발언의 의도일 것이라는 의심을 의회와 군 관계자들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부담을 느낄 법한 상황이다. 타고 있던 배가 부서져 전투 불능 상태가 된 적을 죽이려 공격하는 것은 전쟁 범죄라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연방의회 상·하원 군사위원회가 초당적으로 당시 추가 공습의 배경을 파악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이기도 하다.

‘헤그세스 구하기’ 총력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내각 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눈을 감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내각 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눈을 감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에 전날 백악관에 이어 이날 국방부까지 ‘헤그세스 장관 구하기’에 나섰다. 킹슬리 윌슨 국방부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을 자처해 마약 테러리스트 선박을 재타격한다는 결정을 내린 사람은 브래들리 제독이라고 거듭 못 박았다.

헤그세스 장관은 생존자 살해와 거리를 두면서도 군을 동원한 카리브해 마약 밀수선 공습 작전의 정당성은 기를 쓰고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날 회의에서 “우리는 마약 선박을 타격하고 마약 테러리스트들을 바다 밑바닥으로 처넣는 일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며 “그들은 미국 국민을 중독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방부는 미군이 9월 이후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운반선을 21차례 공격해 82명을 죽였다고 밝혔다.

불법 논란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운반선 공습 작전 강화를 예고했다. 내각 회의에서 행정부가 마약선들을 잇달아 격침한 덕에 미국에서 마약 오남용으로 사망한 사람이 줄었다며 “이런 공습을 지상에서도 하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습 대상이 베네수엘라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나는 콜롬비아가 코카인을 만든다고 들었다”며 “그 누구든 우리한테 마약을 판다면 공격 대상”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