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0% 재생에너지로 돌리는 日 데이터센터”… 불안 끄고 상생 켜다

이시카리(홋카이도)=류호 특파원

[AI데이터센터, 먼저 온 미래를 가다]
<5> 공존의 해법 ②
홋카이도 DC 집적지로 떠오른 이시카리
KCCS, 재생에너지로 가동하는 DC 운영
전력 수요·공급처 한곳에 모은 ‘RE존’ 설정
지산지활로 DC 기반 성장·주민 이해도 높여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 3강을 목표로 전국에 AI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에는 대가가 따른다. 한국일보는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지어질 국내 현장과 우리나라보다 앞서 데이터센터를 경험한 해외 4개국을 심층 취재해 인간과 환경·AI가 공존할 수 있는 조건을 모색해 봤다.

일본 교세라커뮤니케이션시스템(KCCS)이 홋카이도 이시카리시에 세운 제로에미션데이터센터 이시카리의 전경. KCCS 제공

“이시카리시가 목표로 한 ‘지산지활(地産地活)’을 콘셉트로 한 데이터센터죠.”

지난달 18일 일본 홋카이도 이시카리신항지구에 위치한 교세라커뮤니케이션시스템(KCCS)의 ‘제로에미션데이터센터(ZED) 이시카리'(이하 ZED)에서 만난 KCCS 관계자는 이곳의 운영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산지활은 지역에서 생산한 자원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뜻의 ‘지산지소(地産地消)’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이시카리시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현지에서 소비하고, 경제 효과를 지역 활성화로 연결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KCCS 관계자 설명대로 ZED에 필요한 전력은 데이터센터 주변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ZED 건너편에는 태양광 패널이 빼곡히 설치돼 있었는데, KCCS가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 전용으로 운영하는 태양광발전소다. 앞바다에서는 해상풍력발전기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도 ZED에 공급된다. 인공지능(AI) 개발로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전력 공급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지만, KCCS는 이러한 전력 조달 모델을 구축한 덕에 우려를 비껴간 모습이다. KCCS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와 이곳에서 사용하는 발전원이 같은 지역에 존재해 (필요한 전력 생산과 소비가) 거의 지역 안에서 완결되는 형태“라고 말했다.

KCCS가 ZED의 운용 목표로 내세운 것은 ‘재생에너지 이용 최적화’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막대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어 환경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소했다. 대형 축전지 활용도 극대화해 에너지 효율도 높였다. 보통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축전지는 비상 발전용으로 정전 시에 쓰는데, ZED는 발전량이 많을 때 전력을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상시 꺼내 쓰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발전량과 전력 사용량을 맞춘 것이다. KCCS 관계자는 “다른 데이터센터에서는 보기 힘든 이곳만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100% 재생에너지로 전력 충당하는 KCCS ZED

일본 홋카이도 이시카리시에 위치한 교세라커뮤니케이션시스템(KCCS)의 제로에미션데이터센터 이시카리 내부에서 서버와 공조 장치가 돌아가고 있다. KCCS 제공

KCCS가 ZED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19년 1월이다. 애초 2022년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재생에너지 조달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라는 애초 목표를 유지하며 노력한 끝에 2024년 10월 문을 열 수 있었다. 일본 정부도 이들의 재생에너지 활용 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KCCS는 지난 1월 경제산업성 후원으로 열린 신에너지대상시상식에서 ‘자원에너지청 장관상’을 수상했다. KCCS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는 발전원만 만들어서는 안 되고 전력을 사용하는 쪽에서도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저희가 추진해 온 방식이 지금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ZED가 보여주듯 이시카리신항지구는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는 데이터센터 집적지다. 신규 데이터센터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홋카이도의 데이터센터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1년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 사쿠라인터넷이 이곳에 처음으로 데이터센터를 열었다. ZED에 이어 대형 부동산 업체 도큐부동산 등이 참여한 데이터센터가 올해 새롭게 들어섰고, 정보통신 업체 NTT도 AI에 특화된 데이터센터 건설을 시작했다. 이시카리시가 계획적으로 추진한 데이터센터 개발지답게 네 개의 데이터센터가 한곳에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세워졌다.

기업들이 이곳을 데이터센터 적합 부지로 주목한 데에는 이시카리시의 지리적 특성이 한몫했다. 이곳은 수도 도쿄보다 평균기온이 약 8도 낮을 정도로 서늘해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데 유리하다. 그만큼 냉각에 필요한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대형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홋카이도 대표 도시 삿포로에서 약 15㎞밖에 떨어지지 않은 점도 장점이다. 지난달 17일 이시카리시청에서 만난 기업연계추진과 담당자는 “이곳은 대도시와 가까워 홋카이도 소재 대학과 연계해 인재를 유치하기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과 DC 입지 갈등 줄인 이시카리시

기업들의 눈길을 끈 더 큰 이유는 높은 재생에너지 잠재력이다. 해상·육상풍력, 태양광에 이어 목질 바이오매스까지 다양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이시카리신항지구에 밀집해 있다. 이시카리신항지구는 1970년대부터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항만, 공업단지를 계획적으로 조성한 곳이다. 산업단지와 주거 지역이 명확히 구분돼 있어 산업시설 개발에 따른 주민들과의 입지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해상풍력발전기가 지난달 17일 일본 홋카이도 이시카리신항지구 앞바다에서 돌아가고 있다. 이시카리=류호 특파원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전력 확보 문제는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시카리시는 계획 개발이 가능한 신항지구의 특성을 살려 이 문제를 해소해 나가고 있다. 지역 사회에 피해를 덜 주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지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시민들이 데이터센터를 받아들이는 장벽이 낮은 편이다. 이시카리시 담당자는 “실제 시민들은 데이터센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고,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시카리시는 전력 공급자와 수요자가 한곳에 있다는 점, 이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는 점을 무기로 앞세워 데이터센터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발전시설과 데이터센터가 밀접해 전력 인프라에 대한 투자 비용은 줄이면서,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소비처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이시카리시가 내세우는 자랑거리는 해상풍력이다. 이시카리는 일본에서 두 번째로 항만구역 내 해상풍력발전소의 상업 운전을 시작한 지역이다. 홋카이도에서도 풍황(風況·풍력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바람의 특성)이 뛰어나 일본의 대표적인 풍력발전 집적지로 성장했다. 현재 해상풍력발전기 14기가 바다 위에 설치돼 있으며, 육상에서도 20기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이시카리시는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들어올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해상풍력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며, 정부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AI 성장·탈탄소 결합해 이시카리 경제 육성”

이시카리시의 노력은 전력 생산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는 신항지구 내 약 100헥타르(㏊)를 ‘RE 존’으로 설정했다. RE는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를 뜻하는 영어 약자로,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역 내에서 우선 활용한다는 취지다. 이시카리시 담당자는 “앞으로 AI와 데이터센터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탈탄소 문제도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두 개의 성장 흐름을 서로 결합해 이곳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태양광 패널이 지난달 17일 홋카이도 이시카리신항지구에 세워져 있다. 이시카리=류호 특파원

RE 존에 데이터센터를 모으는 것은 재생에너지 활용도만 고려한 구상이 아니다. 업체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해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필요한 전력·통신 인프라를 공동화하고, 공사·시설 관리 등은 일괄 발주하는 방식으로 건설·운영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또 데이터센터들이 비슷한 문제에 직면할 경우 시와 업체가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하게 해결책을 찾도록 지원하는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이시카리시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연결하는 지산지활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데이터센터 공사 일부를 지역 기업이 수주할 수 있게 시 차원에서 지원하는 조직도 꾸렸다. 데이터센터 관련 교육·홍보 담당 분과도 만들어 많은 사람이 이시카리시를 찾게 힘쓰고 있다. 이시카리시 담당자는 “발전시설과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시찰을 오는 사람이 크게 늘었고, 도쿄의 고등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올 정도”라며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홍보 행사도 열어 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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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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