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유조선 ‘벨라 1호’ 열흘째 추격 중…선체엔 러시아 국기 등장
제재 피해 석유 운송하는 ‘유령선단’
21일 베네수 접근하다 미군에 저지
미, 베네수·이란 기반 10곳 제재도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카벨로에서 29일 주민들이 바다를 즐기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국내 항구를 오가며 석유를 이송하는 코모로 국적선이 먼바다에서 항해하고 있다. 푸에르토 카벨로=로이터 연합뉴스
미군의 추격을 받는 유조선 ‘벨라 1호’가 선체 측면에 러시아 국기를 그린 채 도주 중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돈줄’인 유조선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NYT는 이날 미국 정부 관리 2명을 인용해 대서양에서 미군을 피해 도주하던 벨라 1호가 최근 선체 측면에 러시아 국기를 그리고 자신들이 러시아 국적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보호를 요구하려는 의도로 추정된다고 NYT는 전했다.
벨라 1호는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운반하는 이른바 ‘유령 선단’의 일부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선박이 과거 이란 석유 거래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확보, 압류 영장을 발부받았다. NYT는 “승무원 대부분은 러시아와 인도, 우크라이나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벨라 1호는 21일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로 향하다가 미 해안경비대에 저지당했고, 이후 열흘째 미군에게 쫓기고 있다. 미국 당국은 “카리브해에서 승선을 시도했으나 응하지 않고 항해를 계속하고 있어 추격 중”이라고 설명했다. 위치 추적 장치를 끈 탓에 정확한 위치를 알기는 어렵지만, 벨라 1호는 최근 지중해에서 북서쪽으로 항로를 변경해 그린란드나 아이슬란드를 향해 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8일 라과이라에서 열린 군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라과이라=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트럼프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를 겨냥한 전방위 압박 작전의 일환이다. 미 해안경비대는 10일 베네수엘라 인근에서 유조선 ‘스키퍼호’를, 20일에는 ‘센추리스호’를 나포했다. 제재 대상 선박이라는 이유에서였지만, 베네수엘라의 주 수입원인 석유 수출을 직접 차단하려는 목적이 크다.
미 재무부는 이날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기반을 둔 개인 및 단체 10곳에 대한 제재도 발표했다. 치명적인 무기로 쓰일 수 있는 드론을 생산해 전 세계에 판매했다는 이유다. 제재 대상에는 이란 방산기업이 설계한 드론을 생산한 베네수엘라 기업 국영항공우주회사(EANSA)와 그 회장이 이름을 올렸고,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드론 개발에 필요한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만든 이란 기업(RFKA)과 연관된 기업 2곳 및 인사 3명도 포함됐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