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다카이치 계파’ 출범… “찍히면 안 돼” 가입 몰렸지만 약점 노출

도쿄=류호 특파원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 앞두고 만든 계파
가입자 너무 많아 ‘주류 계파’ 구상 무의미
구상 실패에 “당내 기반 약한 약점만 노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8일 도쿄 국회에서 열린 참의원(상원) 본회의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 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지지하는 계파인 ‘다카이치파’가 출범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의원이 가입한 탓에 취지가 무색해졌고,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다카이치 총리의 약점만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당내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하는 의원연맹인 ‘국력연구회’는 전날 첫 모임을 가졌다. 다카이치 총리를 지원해 온 아소 다로 전 총리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하기우다 고이치 간사장 대행은 “정국 운영을 위한 모임이 아니며, 정부와 당의 연결고리가 되겠다”라며 계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민당은 계파 일부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거둔 돈을 비자금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2023년 말 ‘계파 해체’를 선언했다. 이후 아소 전 총리가 이끄는 아소파를 제외한 모든 계파는 해산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하기우다 간사장 대행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다카이치 총리의 총재 연임을 지원하고자 만든 계파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모임은 이달 초 당 소속 의원들에게 가입 안내문을 돌렸는데, 당시 의원들 사이에선 “참여하지 않으면 ‘반(反)다카이치’로 낙인찍힐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인 다카이치 사나에(가운데) 총리가 지난달 12일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당대회에서 아소 다로(오른쪽) 전 총리, 스즈키 슌이치 당 간사장과 당가를 부르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60%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어 가입하지 않으면 등 돌리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는 “일부는 이를 다카이치 총리 지지자인지를 가르는 시험대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오히려 한 참의원(상원)은 매달 300엔(약 2,800원)인 회비를 두고 “300엔을 내면 안심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보험”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의원이 몰린 게 오히려 독이 됐다. 당 소속 의원 417명 중 약 83%인 347명이 가입했다. 아소 전 총리는 내년 총재 선거를 앞두고 다카이치파를 당내 주류로 만들려 했지만, 의원 대다수가 가입하면서 이러한 구상은 무의미해졌다. 계파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일치시키거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연구회 관계자도 아사히에 “이렇게 되면 모임을 만든 의미가 사라진다”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주류를 형성하려던 구상이 무력화됐다며 “두 번째 모임은 안 열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다카이치파 출범이 오히려 당내 기반이 약한 다카이치 총리의 약점만 부각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 기반을 강화하려던 이번 시도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가입한 의원 중 140여 명은 첫 모임에 대리인을 내세워 참석했고, 일부는 결석 처리를 피하려 명함만 두고 갔다. 자민당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오히려 이런 움직임 자체가 ‘총리의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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