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랜 친구’ 이란 공습에 말로만 중재… ‘트럼프 방중’ 앞두고 수위 조절

왕이의 3국 외무장관 연쇄 통화
중재자 자처하지만 내용은 ‘원칙론’
4월 트럼프 방중 앞두고 ‘판 관리’ 부심
물밑에선 미중 투자 재개 방안 논의

2일 공습을 받은 이란 테헤란 시내의 한 건물에서 연기 기둥이 피어오르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이란의 오랜 친구’를 자처해온 중국이 미국의 이란 공습 후에도 실질적 개입은 피한 채 어디까지나 ‘말’에 기반한 외교전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외교장관급 연쇄 통화를 통해 중재자 이미지를 부각하면서도, 내달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중을 의식해 극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이란, 프랑스, 오만 외무장관과 잇달아 통화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를 두고 “외교적 중재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이란에 대한 실질적 지원보다는 기존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왕 부장은 이란 측에 “주권과 안전, 영토 보전 및 민족 존엄과 이란의 정당한 권익 보호를 지지한다”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군사 작전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만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는 이란과 미국 간 협상에서 오만의 중재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걸프 각국의 정당한 요구를 중시하며 외부 간섭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는데, 향후 중동 질서가 미국의 영향권 아래로 급격히 편입되는 상황을 경계하는 외교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미 연대로 뭉쳤지만, 개입은 無

중국은 2021년 이란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에너지 공급부터 공동 군사 훈련까지 외교 및 경제 관계를 강화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공습했을 때도, 이란과 반미 연대를 구축해 온 중국은 “지지한다”는 외교적 발언만 내놓을 뿐 군사적 지원 등 실질적 개입은 피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비판 강도에 있어서도 철저히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전날 외교부 정례 브리핑을 포함해 왕 부장의 연쇄 통화에서도 중국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군사 행동에 대해 ‘반대’나 ‘우려’를 표하면서도, 외교적 지탄의 최고 수위인 ‘규탄’이라는 단어는 끝내 사용하지 않았다. 리밍장 싱가포르 난양공대 S 라자나트남 국제대학원 부교수는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중국이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란 사태가 미중 주요 외교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방중’ 판 관리 부심… 물밑선 경제 실리 논의

실제 중국은 중동 위기가 이달 말 예정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에 걸림돌이 되거나, 미중 간 직접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2일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마오닝 대변인은 미국의 이번 공습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 차질을 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양국 정상은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원칙론을 반복하며 일정 변경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선딩리 전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연합조보를 통해 중동 정세가 미중 관계를 흔들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무기 판매 절제 등을 카드로 중국과 실리적인 이익 교환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3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다음 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양국 실무 관계자들이 투자 재개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양측은 합작투자와 라이선스 계약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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