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관저, 체포영장 막는 요새 아냐”…법원이 尹 논리 배척한 이유
이서현 기자 외 1명
경호처의 관저 수색 거부 논리 배척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 막을 수 없어”
탄핵된 尹 지시도 무효…”지휘 권한 없어”
편집자주
초유의 ‘3대 특검’이 규명한 사실이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밝힌 진상은 이제 재판정에서 증거와 공방으로 검증된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2차 체포 영장 집행이 임박한 지난해 1월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출입문이 버스로 막혀 있다. 박시몬 기자
대통령실(현 청와대)과 대통령 관저는 체포 혹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의 예외 구역일까.
법원은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대통령경호처 수뇌부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이 같은 논리에 ‘그렇지 않다’는 취지의 일침을 가했다. 체포영장 집행은 ‘적법한 법의 실현 행위’이기 때문에 공무상 비밀이 다뤄지는 공간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사법 절차에서 벗어난 ‘요새’로 만들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이현경)는 9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박종준 전 경호처장에게 징역 4년, 김성훈 전 경호차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122쪽 분량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경호처 수뇌부의 주장을 대부분 배척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관저는 군사기밀 지역이자 경호구역”이라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기관을 들여보내면 안 되고”, “‘체포’를 위한 관저 수색도 거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형사소송법 110조,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를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규정을 준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호처 또한 이를 근거로 수사기관의 진입과 영장 집행을 완강히 거부해 왔다.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8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가운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윤 대통령의 곁에서 김성훈 경호차장이 밀착 경호를 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110조는 대통령실이나 관저 전체를 영장 집행이 불가능한 성역으로 만드는 규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가안보나 국방·외교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우려가 있을 때만 승낙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해석이었다.
재판부는 또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국가의 구금시설에 신병을 확보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형사사법 절차에 따른 적법한 법 집행”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경호 대상자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위해로 볼 수 없다”는 것으로, 경호처는 당연히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대법원도 윤 전 대통령 체포방해 사건에서 같은 취지로 ‘승낙 거부권’의 요건과 한계를 처음으로 설시했다.
“탄핵된 대통령, 경호처 지휘할 권한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지난해 1월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경호처 요원들이 오가고 있다. 하상윤 기자
재판부는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은 경호처를 지휘·감독할 권한을 행사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경호 대상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경호처에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지시할 권한을 계속 갖는 건 아니라는 판단이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 지시는 적법한 명령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호관들이 평소에도 총기를 소지하는 만큼 ‘위력순찰’이나 총기 휴대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5년 1월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경호처 간부들과 한 오찬 자리에서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더 잘 쏜다”며 “총기를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것이니, 보여주라”는 취지로 말했다. 김 전 차장은 “잘 보이는 곳에서 위력순찰을 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위력순찰은 오로지 영장 집행을 위축시키려는 것이었다“며 “김 전 차장에게는 무기 휴대를 지휘할 정당한 권한이 없었고, 경호관들도 총을 휴대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을 저지할 의무가 없었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