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후·AI 규제 역행… 에어컨 냉매 ‘슈퍼 온난화물질’ 사용 연장

손효숙 기자

바이든표 ‘환경규제’ 되돌리기
중간선거 앞 물가부담 완화 의도
‘AI 규제 절충안’ 행정명령도 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환경보호청 청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과 인공지능(AI) 안전성 확보라는 인류 공동의 장기 과제에 연달아 제동을 걸었다. 당장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부담을 낮춰 표심을 잡겠다는 계산과 기술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환경보호청(EPA) 청장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냉장고와 에어컨 냉매 관련 규제를 전격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기업과 가계에 과도한 비용을 초래한 터무니없는 규제를 공식 폐지한다”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비용을 낮추고 수십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규제가 완화된 냉매는 ‘수소불화탄소(HFC)’다. HFC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 유발 효과가 수천 배나 강한 치명적인 온실가스로 ‘슈퍼 온난화 물질’로 불린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7년 1월부터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친환경 대체 냉매 사용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유통·식료품 업계의 비용이 상승해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해당 규제 적용 시점을 2032년으로 연기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의 최대 취약점인 ‘물가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수년간의 환경 규제 노력을 되돌린 것이다.

같은 날 예정됐던 AI 산업에 대한 연방정부의 사전 검증 체계를 담은 행정명령 서명도 돌연 연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연기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행정명령 내용 중 일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 규제가 미국의 AI 선두 지위 유지에 방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첨단 AI 모델에 대한 정부의 사전 검증 체계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AI 기업들이 첨단 모델을 공개하기 최대 90일 전에 정부와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재무부·국가안보국(NSA)·백악관 국가사이버국 등이 위험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의 기조에 발맞춰 AI 산업의 규제 없는 발전을 추구했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 가동으로 인한 전력·용수 고갈 등 환경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최근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차기 모델 ‘미소스’의 강력한 보안 취약점 탐지 능력이 해킹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로 공개를 미루자 일부 규제로 입장을 선회했다. 결국 막판 서명대 앞에서 빅테크 기업의 이익과 글로벌 패권 경쟁을 이유로 또다시 발을 뺀 셈이 됐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