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메네이 물러나야” 했지만…낮아지는 군사작전 가능성
트럼프 “이란 새로운 지도자 찾아야”
하메네이, 이란서 대체불가능 존재
미국 군사 개입 이익보다 비용 클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도로 명칭 변경식에 참석하고 있다. 팜비치는 최근 한 대로의 이름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로’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팜비치=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해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한 군사 작전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전격적인 체포 작전을 벌이기 직전에도 “물러나야 한다”고 거듭 경고했다. 다만 미국이 하메네이를 강제로 축출할 만큼의 준비가 이뤄진 상태가 아니어서,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이제 이란에 새로운 지도력을 찾아야 할 때”라며 하메네이의 37년 통치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메네이를 향해 “병든 사람(sick man)”이라고 부르며 “이란은 형편없는 지도력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살기 힘든 곳”이라고 비판했다. 하메네이가 같은 날 엑스(X)를 통해 이란 내 소요 사태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자 이같이 날 선 반응을 한 것이다.
하메네이는 이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 최고지도자라는 의미의 ‘라흐바르’는 이슬람 최고위 성직자이자 국가원수를 뜻하며, 대통령보다 지위가 높다. 종신직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바뀌지도 않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록 그가 올해 4월 87세가 되는 고령의 지도자이긴 하지만, 전 세계 수백만 시아파 무슬림의 수장으로서 교황과 같은 지위를 누린다”며 “이란이라는 국가 자체가 그의 개인적 권위를 통해 존재 이유를 정당화한다”고 설명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7일 테헤란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이란의 정권 교체는 베네수엘라와 달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진행된 지난 3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미국의 군사 개입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미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이란을 향한) 어떤 공격이든 단점이 장점을 훨씬 상회한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이란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 내부 사정도 녹록지 않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초만 해도 이란에 군사력을 투입하기로 마음을 굳혔지만, 백악관 내부는 물론 해외 국가에서까지 우려 섞인 압박을 가하면서 ‘급격하게’ 입장을 바꿨다. 군사적으로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이 중동에 주둔한 3만 명의 미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란 문제는 카리브해 마약 운반선 격침이나 마두로 정권 전복 등 일회성 작전과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이란 반정부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테헤란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 캡처 화면. AP 연합뉴스
이에 따라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미군은 현재 남중국해에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타격단을 중동으로 파견하는 등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한 유럽 고위 관리는 “이란 정권은 위기를 모면한 듯하다”면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와 시위에 참여했던 이란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후퇴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으며, 극심한 절망에 빠져 있다”고 WP에 전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