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통화한 노르웨이·핀란드 정상… 덴마크·스웨덴은 ‘떨떠름’
“유럽, 방관 안 돼” vs “성과 회의적”
트럼프, 대러 제재 추가 완화 가능성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 27일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헬싱키=로이터 연합뉴스
노르웨이와 핀란드 정상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공개되자 덴마크와 스웨덴 정상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북유럽 국가들의 결속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27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푸틴 대통령과 90분간의 통화를 마친 뒤 낸 공동 성명을 통해 통화 사실을 공개하고 “통화 목적은 전쟁 종식을 위한 향후 협상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스투브 대통령은 이날 통화가 우크라이나 및 미국과의 협의하에 진행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해당 통화 계획을 이웃국가들에 미리 알렸다는 게 스퇴레 총리 얘기다. 노르웨이 통신사 NTB에 따르면 스퇴레 총리는 4년간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를 향한 통일된 접근 방식을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음을 시인하면서도, 파트너국과 동맹국들에는 사전에 관련 내용을 공지했고,통화 뒤에는 세부 내용을 공유했다고도 말했다.
덴마크, 스웨덴 정상 “성과에 회의적”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내내 노르웨이·핀란드와 더불어 우크라이나를 가장 강력히 지지해 온 나라로 꼽히는 덴마크와 스웨덴 정상은 이날 통화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드러내며 떨떠름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자국 방송 DR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파트너들과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다며 이번 통화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현재 유럽과의 평화를 원한다는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유럽 국가들이 따로 움직일 게 아니라 단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그는 촉구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자국 일간 DN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말고 모두가 평화를 원하는 것 같다”고 비꼬며 “이런 유형의 대화가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히 낮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대화에 대해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히며 사전에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는 스퇴레 총리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스투브 대통령과 스퇴레 총리는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들이 러시아와 직접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투브 대통령은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은 더 이상 러시아를 외면하는 방식으로 평화 협상의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스퇴레 총리 역시 러시아 지도부와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국가가 미국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유로뉴스는 이번 통화로 우크라이나 지지를 위해 뭉친 북유럽 단일 대오에 균열이 생겼다고 해설하며 프레데릭센 총리,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이날 핀란드에서 개최된 북유럽 이사회 참석차 헬싱키에 머물고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북유럽 이사회는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핀란드·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5개국의 공식 의회 협력 기구이다.
NYT “트럼프 행정부, 추가 대러 제재 완화 검토”
두 북유럽 정상과 푸틴 대통령의 이번 통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와 ‘경유 딜’을 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일시 해제하는 등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태세를 전환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유럽은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 접촉을 자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러시아 행보는 여전하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산 경유 수출을 허용한 데 이어 추가로 대러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재 해제 검토 대상은 러시아 국부 펀드인 수십억 달러(수조 원) 규모의 ‘러시아 직접 투자 펀드(RDIF)’다. 이 펀드는 푸틴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창구 겸 러시아 부패 정치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한 미국 당국자는 NYT에 트럼프 행정부가 미러 관계 개선 및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노력 일환으로 RDIF의 제재 해제 요청서를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권경성 기자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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