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사살 환영” “남겨진 가족은 걱정”…기쁨과 불안 교차하는 한국의 이란인들

재한 이란인 “하메네이 죽음, 축제 분위기”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 짚어야” 의견도
인접 교민 등, 폭발음·항공편 결항 두려움
시민단체, “트럼프·네타냐후 광기 멈춰라”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피란길에 나선 차량이 주유소 밖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테헤란=AP 뉴시스

“이란에 있는 친구들이 거리에서 춤을 췄다고 하네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해 사살됐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1일 재한 이란인들은 환영과 우려의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37년간 철권통치 기간 셀 수 없는 자국민을 살해했던 독재자의 죽음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현지에 남은 가족과 지인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2017년 유학길에 올랐다 한국인과 결혼해 서울에 정착한 샴스나미니 하니예(34)는 이날 새벽 잠든 남편을 깨워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에게 하메네이는 가족과 친구, 친지의 삶을 억압해 온 잔혹한 통치자였다.

그래도 마음 한편은 무거웠다. “이란에는 이스라엘처럼 대피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집에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어 가족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하니예는 지난해 6월 공습 때 이란에서 머물다 100일 된 아이를 껴안고 급히 한국으로 대피해야 했던 순간이 떠올랐다면서 당시의 공포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 1월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재한이란인네트워크가 연 미국 정부의 이란 군사 개입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팔레비 왕조 시절 이란 국기를 흔드는 모습. 이들은 전날인 28일에도 이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이란 출신 귀화자인 박씨마 재한이란인네트워크 대표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모두가 축제 분위기”라며 “조국에서 전쟁의 위험이 있더라도 현 정권을 벗어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재한이란인네트워크가 전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연 ‘하메네이 규탄’ 집회에서는 집회 도중 이란 공격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5년째 한국에서 유학 중이라는 이란인 사이프러스(가명·28)는 “법의 심판을 받는 과정 없이 생을 마감해 정의가 온전히 실현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많은 희생에도 민주주의가 오지 못하고 혼란이나 내전으로 이어질까 두렵다”고 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코메일 소헤일리(41)는 “미국 군사 작전 과정에서 초등학교가 폭격돼 학생들이 숨졌다는 소식도 들었다”며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최근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면서 이슬람 정권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왔고 결국 터진 것”이라며 “하메네이의 죽음은 신정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인 만큼 이란 국민들은 기쁨과 우려를 동시에 겪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폭발에 상가 유리 깨지고, 항공길 막혀 두려운 한국인들

지난달 28일 이란 인접국인 바레인 미군기지 근처 상가 유리가 폭탄 충격으로 깨져 있다. 한상대씨 제공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는 현지에 체류 중이거나 여행을 떠난 한국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바레인에 15년째 거주 중인 한상대(67)씨는 “28일 저녁부터 무인기(드론) 소리와 폭발음이 들렸고, 충격으로 인근 상가 유리가 깨졌다”며 “한국인 상당수는 대사관저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전라도 본가에서 휴가를 보낸 뒤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항공사로 출근하려 했던 박모(29)씨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로 가는 하늘 길이 막혀 근무 스케줄을 조정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6개월간의 세르비아 체류를 마치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귀국하려던 박모(27)씨도 “집 계약이 오늘까지였는데 비행기가 결항돼 집주인에게 조금만 더 머물게 해달라고 읍소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운항하던 인천~두바이 노선을 5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중동 국적 항공사의 항공편도 상당수 결항됐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전국민중행동 등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규탄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전국민중행동 등 진보단체는 1일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동 전역을 전쟁터로 만들려는 트럼프와 네타냐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전쟁광의 광기를 멈춰 세워야 한다”고 외쳤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주권국가에 대한 불법 침략행위를 즉각 멈추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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