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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 탕감 구원투수로 등장…‘세이브’(SAVE)

이자 자본화에 다른 대출 잔액 증가 방지, 개인 연소득 3만2,805 미만은 상환 면제

많은 학자금 대출자들이‘이자 자본화’로 인해 고통을 받아왔다. 이자 자본화는 상환 부담이 낮은 학자금이 수년간의 상환 유예를 거치는 동안 상당한 재정적 압박으로 바뀌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이자는 원금에 적용되기 때문에 대출자가 이자를 갚지 못하면 미납 이자가 대출 잔액에 더해져 점차 불어난다. 불어난 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이자가 다시 계산되기 때문에 결국 학자금 부채는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관리하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새 소득 기반 상환 플랜인‘세이브’(SAVE·Saving on a Valuable Education)에 따르면 대출자가 이자를 갚지 못해도 대출 잔액이 불어나지 않는다.

향후 수십 년간 갚기 힘든 부채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학자금 대출자에게 ‘게임 체인저’가 될 플랜이다. 다른 소득 기반 상환 플랜처럼, 세이브 플랜도 대출자의 소득과 가구 규모를 기준으로 월 상환 금액이 계산된다.

연방 교육국에 의하면 세이브 플랜은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을 가장 많이 낮춰줄 상환 계획이 될 전망이다. 세이브 플랜의 여러 세부 사항 중 일부는 올해 여름부터 시작됐고 내년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이 이뤄질 계획이다. 이중 이미 시행 중인 이자 자본화에 관한 사항이 학자금 대출자들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세이브 플랜에 따른 이자 계산 방식을 알아본다. 우선 학자금 상환 대상으로부터 면제되는 소득 금액이 연방 빈곤선 기존 150%에서 225%로 상향 조정된다. 이에 따라 연 소득 3만2,805달러(개인) 또는 6만7,500달러(4인 가구 기준)인 학자금 대출자는 학자금 대출을 상환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보다 소득이 높은 대출자도 다른 소득 기반 상환 계획과 비교할 때 연간 1,000달러 이상의 상환액을 절약할 수 있다. 연방 교육국은 새 학자금 상환 플랜에 따라 100만명 이상의 저소득층 대출자가 ‘제로’ 달러 상환(대출 상환 면제) 자격을 획득할 것으로 추산한다.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총 세이브 플랜 수혜자는 2,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 세이브 플랜 시행으로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이자는 어떻게 처리될까? 연방 교육국은 월 상환액에 포함되지 않는 이자를 별도로 부과하지 않을 계획이다. 따라서 세이브 플랜 혜택에 따라 제로 달러 상환 대상자에 포함되면 미납 이자로 인해 대출 잔액이 늘어나는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부 지원 대출 여부와 상관없이 세이브 플랜에 따라 상환이 이뤄지면 제로 달러 상환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아도 조정된 이자 외의 잔여 이자는 내지 않아도 된다. 연방 교육국의 사례를 보면 한 대출자가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50달러일 경우 세이브 플랜에 의해 이자가 30달러로 조정되면 나머지 이자 20달러 삭감된다는 것이다.

연방 교육국은 새 상환 플랜 설명회를 통해 “학자금 대출자들이 절약된 이자 비용으로 음식, 임대료 등 기타 기본 생활비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학자금 대출 연체가 발생하면 심각한 대출 회수 절차가 시작된다. 연방 대출 연체자의 경우 대출 기관과 부채 징수 업체로부터 혹독한 빚 독촉 연락에 시달리기도 한다. 연체 대출자의 월급 일부가 가압류되기도 하고 세금 환급금이 압수되기도 한다.

은행 계좌 등이 부채 징수 회사의 관리로 넘어가면 추가 수수료가 발생한다. 소셜 시큐리티 연금 수령액이 감소할 수도 있고 개인 파산으로도 학자금 대출을 변제받기 어렵다.

학자금 대출 연체로 인한 안 좋은 결과를 피하기 위해 많은 대출자들은 상환 유예 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는 경제적 어려움 등이 증명되면 상환을 일정 기간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구제책이다. 상환 유예는 단기적으로 재정 상황을 재정비하려는 대출자에게는 유용하다. 그러나 유예 기간이 길어지면 이자가 불어나는 이자 자본화 현상 때문에 가혹한 결과를 낳는다.

상환 유예를 수년간 지속한 학자금 대출자들의 대출액이 크게 불어난 경우가 많다. 이 중 일부는 실직이나 저임금 직업으로 인해 실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상황이 나아진 뒤에도 학자금 대출 상환에 나서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약 3년 반 동안 학자금 대출 상환이 중단됐지만 수백만 명에 달하는 대출자들은 오는 10월 1일부터 상환을 재개해야 한다. 그동안 멈췄던 이자 적용은 한 달 앞선 9월 1일부터 다시 시작된다.

‘퓨 채리터블 트러스트’(Pew Charitable Trusts)가 2022년 말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많은 학자금 대출자들이 대출 상환 재개 후 발생할 재정적 어려움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브라이언 댄튼 퓨 체리터블 트러스트 학자금 대출 이니셔티브 담당자는 “학자금 중단 전 실시된 조사에서 많은 대출자가 재상환 계획 실효성, 대출 잔액 증가, 등록 절차 등에 대한 높은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라며 “이런 우려 사항을 반영한 세이브 플랜이 대출 잔액 급증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대출자들을 구제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방 학자금 대출자 중 상환 재개에 따른 어려움이 걱정된다면 연방 교육국 학자금 지원 웹사이트 ‘studentaid.gov/SAVE’에서 지금 세이브 플랜 신청 자격을 확인하고 가입할 수 있다. 연방 교육국이 오는 14일 오후 7시부터 오후 8시(동부 시간)까지 진행하는 세이브 플렌 웨비나에서 궁금한 사항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

행사 정보 사이트 Eventbrite.com에서 “Repayment 101: Get Help with Your Federal Student Loans.”를 검색하면 자세한 웨비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새로 시행 중인 세이브 플랜은 기존 소득 기반 상환 플랜인 ‘Revised Pay As You Earn’(REPAYE)를 대체한다. REPAYE에 등록된 기존 대출자들은 세이브 플랜으로 자동 등록된다. 수십 년간 대출자들을 괴롭혀 온 학자금 대출 이자 자본화 문제가 세이브 플랜 시행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로스앤젤레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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