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틀야구, 세계 챔피언 됐다… 배우 아닌 ‘야구인’ 김승우가 이끌어 [인터뷰]

11~13세 인터미디에이트 월드시리즈 우승
푸에르토리코 꺾고 인터내셔널 챔피언
미국 대표 그라나다-리버모어도 제압

대한민국 대표팀이 우승 직후 기쁨에 찬 표정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리버모어=박지연 특파원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모어 맥스 베어 파크에 한국어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응원에 화답하듯 한국리틀야구연맹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리틀리그 인터미디에이트 50/70 월드시리즈’ 결승에서 미 대표팀 그라나다-리버모어를 11대 4로 꺾고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이 대회는 매년 8월 세계 각 지역 대표팀과 미 각 지역 대표팀이 격돌해 정상을 가리는 유소년 야구 국제대회다. 11~13세 선수들이 출전하는 이 대회는 미 6개 지역 대표팀과 미국 외 6개 지역 대표가 출전해 최종 우승을 가린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대표로 참가해 전날 인터내셔널 결승에서 강호 푸에르토리코를 13대 8로 꺾고 국제 챔피언에 오른 데 이어, 미 챔피언과의 마지막 승부까지 잡으며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9일 미 캘리포니아주 리버모어 맥스 베어 파크에서 열린 11~13세 세계 리틀야구 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김서하가 볼을 기다리고 있다. 리버모어=박지연 특파원

이날 경기 시작 전 마운드에 올라 애국가를 부른 이는 다름 아닌 한국 배우 김승우씨. 왼쪽 가슴에 태극기가 새겨진 아이보리색 티셔츠, 청바지, 운동화 차림에 모자를 눌러쓴 그는 이날 배우가 아닌 야구인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 그가 마이크를 잡고 마운드에 들어서자 사회자는 ‘한국의 유명 배우이기도 하다’고 그를 소개했다. 36년 차 배우이자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 구단주인 그는 지난해 1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앞으로 4년간 본업을 ‘야구인’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시차 적응이 채 끝나기 전 패자부활전을 거쳐 결승까지 오른 한국 선수들은 이날 지친 기색도 없이 경기를 풀어갔다. 3,000여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4회 김서하가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 홈런을 터뜨리자 한국 대표팀 응원석에 자리한 교민 관중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9일 11~13세 세계 리틀야구 선수권대회 2026’ 결승전에서 본보와 만난 김승우 회장은 “선수들이 시차를 감내하며 5경기 연속 뛰고 있는데, 그동안 훈련하며 준비한 만큼 경기에 잘 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리버모어=박지연 특파원

우승 직후 한국일보와 만난 김 회장은 “열심히 경기에 임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개인적으로는 회장직을 맡은 뒤 작은 성과를 이룬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양 팀 모두 패자부활전을 거쳤기 때문에, 휴식 시간 없이 결승에 올라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었다”라며 “경기 전 선수들에게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졌다면 진 이유가 있는 것이니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직접 애국가를 부른 것도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김 회장이 유소년 야구에 힘을 쏟게 된 배경에는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었다. 그는 “아시아 최고였던 우리가 일본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됐고, 대만에 쫓기는 것도 자존심이 상했다”며 “대한민국 야구의 초석을 다지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 후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는데, 이제 슬슬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유소년 인터미디에이트 대표팀뿐 아니라 메이저(U-12) 대표팀도 지난달 아시아·태평양 예선에서 대만을 꺾고 오는 19일부터 미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리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출전권을 따냈다. 두 연령대 대표팀이 나란히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11년 만이다. 김 회장은 이날 우승 세리머니를 마친 뒤 서울을 거쳐 메이저 대표팀이 출전하는 윌리엄스포트로 향할 예정이다.

9일 미 캘리포니아주 리버모어에서 열린 ‘리틀리그 인터미디에이트 50/70 월드시리즈’ 결승에서 교민들이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리버모어=박지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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