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화재참사 사망자 128명으로…건물 수색과정에서 시신 108구 발견돼

담뱃불 실화 가능성 등 안전불감 문제
담당 시공사 부패 및 유착 논란까지

홍콩 구조당국이 28일 타이포구 아파트 단지 화재 현장에서 발견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홍콩=EPA 연합뉴스

홍콩 구조당국이 28일 타이포구 아파트 단지 화재 현장에서 발견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홍콩=EPA 연합뉴스

홍콩 타이포구에서 발생한 고층 아파트 화재 참사 사망자 수가 120명을 훌쩍 넘어섰다. 중상자가 많고 현재까지 파악된 실종자 수만 200명에 달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해당 건물에 대해 수차례 화재 위험 경고가 제기됐고, 그럼에도 공사 업체가 안전 수칙을 잇따라 위반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이번 사고가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화재 진압 및 구조 작업이 종료된 28일 오후 3시(현지시간) 기준 사망자 수는 128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6시 기준인 94명에 비해 반나절 만에 사망자 수가 34명이 늘었다. 크리스 탕 홍콩특별행정구 보안국장은 브리핑에서 “생존자 수색이 종료됐다”며 “여전히 200명이 행방불명 상태고, 최소 79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건물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시신만 108구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인 불명 화재… 인재 정황 곳곳에

화재 시작 3일 만에 화재 진압 및 구조 작업이 완료된 28일 홍콩 타이포구 아파트 단지 모습. 홍콩=EPA 연합뉴스

화재 시작 3일 만에 화재 진압 및 구조 작업이 완료된 28일 홍콩 타이포구 아파트 단지 모습. 홍콩=EPA 연합뉴스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당국은 여러 ‘안전 불감증’이 모여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은 개보수 공사 중인 건물에서 건설 근로자들이 피우던 담배로 인한 실화다. 하필 화재가 발생한 26일은 강풍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바람이 강한 날이었다. 건조한 대기에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불덩어리가 주변 건물로 날아갔고, 이 때문에 화재가 더 크게 번졌다는 분석이다.

공사 자재가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가연성 재질이었던 점도 문제다. 창문을 봉쇄하고 있던 스티로폼 단열재가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화재 경보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주민들의 탈출 경로는 공사 자재 등에 막혀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다. 일부 주민은 창문을 덮은 스티로폼 단열재 때문에 밖에서 화재가 발생한지도 몰라서 대피가 늦었다고 증언했다.

당국 감시 제대로 이뤄졌나… 부패와 유착 의심도

크리스 탕(가운데) 홍콩 보안국장이 28일 타이포구 웡 푹 코트 아파트 화재 현장 앞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크리스 탕(가운데) 홍콩 보안국장이 28일 타이포구 웡 푹 코트 아파트 화재 현장 앞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개보수 공사를 담당하던 건설업체가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SCMP는 이날 타이포구 아파트 개보수 공사를 전담하던 업체 ‘프레스티지 건설’이 2년 새 안전 위반 2건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화재 발생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 홍콩 당국은 프레스티지 측에 화재 예방 대책을 강화하라는 경고문도 발송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이달 초까지 해당 아파트를 16차례 점검한 결과, 안전 규정 위반 3건을 발견해 조사기관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 모든 정보가 공개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프레스티지가 최근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유착 및 부패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프레스티지가 민간 소유 주거 단지에서 진행 중인 건설 프로젝트만 11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대중의 분노와 우려는 건설사를 넘어 정부의 화재 안전 및 건물 규제기관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광범위하고 공개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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