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건국 250돌 전날 ‘백인 선민의식’ 부추긴 트럼프… 맘다니는 비판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개신교的 美예외주의 평가 충돌
이민자 역사 공헌 인식도 정반대
우파 민족주의 vs 좌파 계급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미 사우스다코타주 키스톤 인근 러시모어산 국립기념공원에서 연설을 마친 뒤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키스톤=AP 연합뉴스

미국 건국 250주년 독립기념일 전날, 미국이 신의 선택을 받은 나라인지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추긴 백인 선민의식을 맘다니 시장은 비판했다. 우파 민족주의와 좌파 계급주의를 대표하는 두 정치인이 간접적으로 논쟁한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다코타주(州) 키스톤 인근 러시모어산 국립기념공원을 찾아 한 연설에서 “미국은 인류 역사상 존재한 어떤 나라보다 성공적이고 뛰어난 성취를 거뒀으며 예외적인(exceptional) 국가가 됐다”며 “이는 신의 은총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에서 일궈 온 게 세상의 자연스러운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것은 일반적인 게 아니라 예외”라며 “희소하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진정으로 기적적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미국의 운명적 예외성을 거듭 강조했다. “국가의 정체성은 국가의 운명이며 미국은 무엇과도 다른 운명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어떤 민족과도 다른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미국의 적은 공산주의자와 이민자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 주장이다. 그는 “우리는 미국인으로서의 우리 정체성이 지금 새롭게 공격받고 있음을 본다”며 “우리 땅에서 공산주의자 위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데, 여기에는 우리 생활 방식과 위대한 성공에 완전히 반대하는 사상을 받아들이는 이민자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악마화도 잊지 않았다. “공산주의는 생명과 자유, 행복 추구의 정반대이며 죽음과 폭정, 악의 추구”라고 말했다. “개인은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을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았다”는 1776년 독립선언서 문구와의 대비 효과를 노린 것이다.

연설의 해당 부분은 개신교적 ‘미국 예외주의’의 환기가 목적이다. 집권 후반 2년간의 연방의회 지형을 결정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를 무신론자로 규정하며 우파 개신교도 지지층을 결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 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세력으로 분류되는 ‘민주사회주의’ 진영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 편승해서다. 미국 예외주의는 미국이 다른 국가와 구별되는 특별한 국가라는 일종의 선민의식이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1620년 무렵 서반구로 건너가기 시작한 영국 백인 청교도들의 종교적 우월감에서 유래했다. 서부 개척에서 더 나아가 세계의 미국화를 정당화하는 패권적 이념으로도 활용돼 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배경을 제대로 알고 말했는지는 의문이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대통령은 대체로 무미건조하게 프롬프터(자막기)를 보고 읽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운명적 정체성 대목을 읽은 뒤에는 “이유야 어찌됐든 여기가 원래 그렇다”고 덧붙여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어려운 얘기는 나는 모르겠다는 투였다.

조란 맘다니(가운데) 미국 뉴욕시장이 3일 뉴욕 시청에서 칠레, 멕시코, 아이티, 이집트, 파키스탄 등 출신 이민자들을 대동한 채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이날 앞서 맘다니 시장이 시청에서 한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관(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연설 자리에 칠레, 멕시코, 아이티, 이집트, 파키스탄 등 출신 이민자들을 대동한 그는 “미국의 역사는 권력자나 부자로부터 전혀 예외적이지 않다는 말을 들은 (평범한) 이들에 의해 쓰이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며 미국의 최대 자산은 고정된 정체성이라기보다 끊임없는 진화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주류 백인의 선민의식과 비(非)백인을 차별하는 태도도 꼬집었다. “권력자들의 시각에서 미국은 선택된 소수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데다 모두가 평등하지도 않은 패권의 무대”라며 맹목적인 애국심이 국가의 결점과 불평등을 감춘다고 지적했다.

우간다 태생인 맘다니 시장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시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다른 공직에 도전하는 것은 가능하다. 지난해 무명의 지역 정치인에서 인구 850만 명의 미국 최대 도시를 이끄는 시장으로 일약 부상한 뒤 최근 뉴욕주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신예들의 약진까지 이끌어 낸 맘다니 시장은 민주사회주의 진영 간판 입지를 굳히는 모습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ko_KR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