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번호 4398’ 법정 선 김건희 “국민참여재판 원하지 않아”

[김건희 첫 공판 출석]
방청석 향해 꾸벅 인사한 뒤 착석
주소 “아크로” 직업 “무직입니다”
재판부, 주 2회 공판 신속 진행 예고
40분 만에 마무리…다음 재판 26일

전직 대통령 배우자 가운데 헌정사 최초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법정에 출석했다. 짙은 남색 정장 차림에 안경과 마스크를 쓴 김 여사의 재킷 왼쪽에는 수인번호 ‘4398’이 적힌 흰색 배지가 부착돼 있었다. 교도관들 안내를 받아 피고인석으로 이동한 김 여사는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자리에 앉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우인성)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씨 공천개입 사건)·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 알선수재·청탁사건)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여사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언론사의 법정 내 촬영을 허가했다. 교도관 자리와 변호인석을 제외하면 80석가량인 방청석은 취재기자들과 일반인들로 북적거렸다.

김 여사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냐는 재판부 질문에 “아닙니다”라고 답한 뒤 인정신문 절차에 들어갔다. 그는 주거지를 묻는 질문에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주소를 댔고, 직업을 묻는 질문에는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다.

김 여사는 특검팀 검사가 공소사실을 읽는 동안 허공을 응시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2022년 4~7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안 지원 청탁을 받고 8,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하고,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명태균씨로부터 2억7,000만 원 규모의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았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자로 적극 가담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

김 여사 측은 특검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주가조작 사건은 과거 두 차례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고 반박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언론사, 캠프 여론조사가 상당수 진행된 만큼 굳이 명씨에 의존할 이유가 없었고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고 했다. 통일교 측이 금품을 제공한 혐의와 관련해선,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가 ‘배달사고’가 있었다는 식으로 전성배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이것이 실체가 아닐까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여사 측 변호인으로는 채명성 최지우 유정화 변호사가 참석했다.

재판부는 주 2회 공판을 진행하자며 신속 재판을 예고했다. 다만 추석 연휴가 있는 10월에는 15·22·24·29일 4회 공판하고 11월부터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공판을 진행하자고 했다. 10월부터 증인신문을 시작하되 검찰 주신문만 우선 진행하고, 11월부터 변호인단 반대신문을 진행하자고 했다. 재판부는 11월 말까지 증거 조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여사 측이 “특검 질의만 한 달 내내 노출된다면 피고인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하자, 재판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반대신문서 다투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주신문마다 반대신문을 10분 내외로 진행하자는 김 여사 측 제안은 수용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 측에 10월 말까지 증거 채부를 결정해 달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26일을 공판준비기일로 정해 검찰 측 증인을 정하기로 했다.

이날 공판은 40분 만에 마무리됐다. 김 여사는 재판부를 향해 꾸벅 인사한 뒤 수갑이 채워진 채 교도관 안내를 받아 법정을 나갔다.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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