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대체육을 ‘고기’ 대신 ‘디스크·튜브’로 부르자고?…매카트니 “거부해야”

EU에 “유럽의회 결정 거부하라”
축산업계 의견 반영한 표기 지침
매카트니 “기후목표 달성 늦출 것”

올해 '갓 백(Got Back)' 콘서트 미국 투어 중인 83세의 폴 매카트니 모습. 폴 매카트니 인스타그램 캡처

올해 ‘갓 백(Got Back)’ 콘서트 미국 투어 중인 83세의 폴 매카트니 모습. 폴 매카트니 인스타그램 캡처

채식주의자로 유명한 비틀스 전 리더 폴 매카트니(83)가 “식물성 단백질을 사용하는 대체육 제품의 명칭을 바꾸지 말아달라”며 유럽연합(EU)에 서한을 보냈다. EU는 식물성 대체육 제품에 고기를 연상시키는 ‘소시지’나 ‘스테이크’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 소비자들의 선택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매카트니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식물성 대체육 제품을 다른 낯선 용어로 바꿀 경우 시장 경쟁력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매카트니는 영국 국회의원 8명과 함께 EU 집행위원회에 “지난 10월 유럽 의회가 승인한 새 규정을 거부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매카트니는 “이 같은 규정이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오히려 기후 목표 달성을 낮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의회에서 355대 247로 통과한 새 규정은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고기에 ‘스테이크’나 ‘버거’, ‘소시지’ 등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건 스테이크’, ‘채식주의용 소시지’ 표기는 금지된다. 일각에선 대체어로 ‘디스크(Disc)’, ‘튜브(Tube)’ 등을 사용하자고 주장한다. 소시지는 길쭉하니 튜브, 동그란 고기 패티는 디스크 등 성분이 아닌 형태를 기술적으로 묘사하는 단어들을 쓰자는 의견이다. 다만 유럽의회의 새 규정이 실제 법률로 발효되려면 유럽위원회 27개 회원국 정부의 과반수 지지가 필요하다.

이미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이와 비슷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주로 축산업계의 의견이 반영된 조치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지난 4월 식물성 식품에 ‘우유(milk)’나 ‘육류(meat)’, ‘난류(egg)’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미주리주에서는 이미 2019년부터 비슷한 내용의 ‘육류광고법’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23년 식물성 제품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계란’, ‘우유’ 등 1차 산물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다만 한국에서는 ‘식물성 불고기’나 ‘콩으로 만든 소시지’ 등의 요리명 표기가 허용된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은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소비자들에게는 부자연스러운 데다, 식욕까지 떨어뜨려 식물성 대체육 제품의 소비를 저하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매카트니는 서한에서 “버거와 소시지에 ‘식물성’, ‘채식주의’, ‘비건’이라 명시하는 것만으로도 분별력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먹는지 알 수 있다”며 “오히려 이것이 우리 건강과 지구 건강에 필수적인 태도를 장려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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