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일교 청산’ 개시… “한국 통일교 재정 악화로 이어질 듯”
도쿄=류호 특파원
일본 법원, 2심서도 “통일교 해산 명령”
효력 즉시 발생… 정부 “국가 주장 인정”
아베 사망 3년 반 만에 일단락
통일교 “법치국가서 있을 수 없는 일”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해 9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휠체어를 탄 채 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일본 법원이 고액 헌금 수령 논란에 휩싸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에 대한 해산 명령을 확정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통일교 유착 논란으로 사망한 지 4년 만에 통일교에 대한 청산 절차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통일교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4일 일본 NHK방송 등에 따르면 도쿄고등재판소(고등법원)는 이날 통일교 해산 명령을 내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 대해 “신도들이 불법 행위에 해당하는 방식으로 헌금 권유를 해 많은 사람이 막대한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통일교가 신자들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대책을 자발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해산 명령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NHK는 “법령 위반을 근거로 종교법인에 해산 명령을 내린 건 세 번째로, 근거가 민법상 불법 행위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날 판결로 효력이 즉시 발생해 통일교 청산 절차가 개시됐다. 법원이 선임한 청산인이 교단 재산을 조사·처분하고 피해자에 대한 변제를 진행한다. 일본 통일교 임원들은 물러나야 하며, 종교법인 지위도 박탈돼 세제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판결 이후 기자회견에서 “국가 측 주장이 인정됐다”며 “관계 부처에 피해자 구제에 필요한 대응을 철저히 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민법상 해산은 처음, 항고 뜻 밝힌 통일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21년 9월 12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산하 단체인 천주가정연합 등이 주최한 행사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 정부는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한 2022년 7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통일교 논란을 일단락 짓게 됐다. 당시 나라현 나라시에서 선거 지원 유세 중이던 아베 전 총리는 야마가미 데쓰야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야마가미는 어머니의 고액 헌금에 따른 가정 파탄으로 통일교에 원한을 품었는데,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 간 유착 관계가 있다고 보고 그를 살해했다.
이 사건으로 통일교의 고액 헌금 강요 문제가 집중 조명되자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를 문제 삼아 2023년 10월 법원에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3년간 법정 공방을 벌여 온 통일교는 “법치국가에서 이런 일이 있어도 되느냐”며 즉각 반발했고, 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통일교 고문변호사는 논평에서 “본 법인은 피해를 호소하는 분들에 대한 보상에도 성실히 임했다”며 “부당한 사법 판단을 결코 용인하지 않으며,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판결 이후에도 통일교의 종교 행위는 금지되지 않고 임의 종교단체로 존속할 수 있다. 통일교가 불복해 최고재판소(한국 대법원에 해당)가 이번 판결을 뒤집으면 청산 절차는 중단된다.
“통일교 자금 거점 무너져 재정 악화에 직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일본 도쿄 본부 입구에 2023년 11월 7일 로고가 붙어 있다. 도쿄=AP 뉴시스
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한국 통일교의 재정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교 등 이단 문제를 연구해 온 탁치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NHK에 “일본은 통일교의 가장 중요한 자금 확보 거점”이라며 “한국 교단의 자산, 재정 악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일본 언론은 한국에서도 통일교 해산 움직임이 일지 관심을 드러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통일교를 염두에 두고 ‘반(反)사회적 종교단체의 해산’을 언급한 점을 거론하며 “한국에선 종교단체가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행위를 했을 경우 법인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요건이 엄격하며, 이후 통일교 해산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은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류호 특파원ho@hankookilbo.com구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