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떼돈”… 트럼프, 호르무즈 막아놓고 석유사에 화풀이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가격 내려 국민에 이익 환원해야”
중간선거 임박에 시장 개입도 불사
유가 방어 한계 직면, 위기감 반영

도널드 트럼프(앞줄) 미국 대통령이 3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대통령 직속 군인 배우자 위원회’ 신설 행정명령 서명 행사를 열며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발 고유가에 편승해 떼돈을 벌고 있다며 대형 석유 회사들을 맹비난했다. 본인 결정이 부른 호르무즈해협 경색의 여파가 11월 미 중간선거까지 미칠 가능성이 커지자 도리어 석유회사들에 고유가 상황의 책임을 전가하며 시장 개입을 불사하고 나선 것이다.

배은망덕 단속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에 “공급 부족을 틈타 그들(미국 석유 회사들)이 돈을 너무 많이 벌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의 자유를 옹호하는 남자(big free enterprise guy)”로 자신을 묘사하면서도 그는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게 놀랍겠지만 크고 분명하게 말하겠다. 나는 그것(석유 업계의 이익)이 불만스럽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호실적을 발표한 미국 최대 석유 생산 업체 2곳을 콕 집어 거명했다. “셰브런은 너무 많은 돈을 벌었다. 엑손모빌도 너무 많은 돈을 벌었다”며 “그들은 그 이익의 일부를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소매 가격, 소비자 가격을 깎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분기 엑손모빌은 전년 동기 대비 2배가 넘는 145억 달러(약 20조7,0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셰브런이 같은 기간 거둔 순이익 122억 달러(약 17조4,000억 원)는 전년 대비 약 5배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심한 모습이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서는 가깝게 지내 온 마이크 워스 셰브런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소비자(소매) 석유 가격을 당장 인하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워스는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이란 전쟁의 전선 확대로 에너지 수송 병목 경색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가 편리하게 언급하지 않은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천재성, 선견지명, 강인함, 안정성이 없었다면 석유 업계는 물론 우리나라가 죽었으리라는 점”이라며 “워스와 셰브런은 베네수엘라에서 쫓겨났지만 전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떼돈을 벌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었다. 자신의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덕에 셰브런의 베네수엘라 사업 재개가 가능했다고 생색내며 은혜를 잊지 말고 정권의 중간선거 승리를 도우라고 압박한 셈이다.

해협 통제 양보하나

5월 2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셰브런 주유소에서 시민이 차에 주유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당연히 업계에서는 비판이 제기됐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래피던에너지그룹의 에너지 정책 디렉터 글렌 슈워츠는 “대중적 영향력을 활용해 업체들을 상대로 가격 인하 압력을 행사한 시도는 성공한 적이 없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주유소 기름값은 석유 회사들이 아닌 소매업자가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WSJ는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 전가에는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 폴리티코는 유가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으로 미 노동절(9월 첫째 월요일)을 지목하며, 2월 말 대(對)이란 전쟁 개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위협 뒤 협상 시사 전략 △사우디아라비아의 우회 수출로 확보 △전략비축유 방출 등으로 유가 급등을 막아 왔지만 이제 한계에 봉착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호르무즈해협의 상징적 통제권을 인정하는 식으로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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