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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쓴 사이언스타임즈 뉴스

챗봇, ‘과학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사이언스타임즈=권예슬 기자>

“ 2021년 2월, NASA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발사했습니다. 이 망원경은 태양계의 구조와 행동, 행성의 발생과 진화에 대한 지식을 확장하기 위해 디자인되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태양을 직접 주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태양의 광선을 가로질러 태양계의 다양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태양계의 구조와 행동, 행성의 발생과 진화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현재도 구축하는 중입니다. NASA는 이 망원경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망원경은 우리의 태양계에 대한 이해를 깊이 확장할 것입니다. ”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발사에 대한 과학기사 한글로 써줘”라는 요청에 대한 챗GPT의 답이다. 인공지능연구소인 오픈A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챗GPT는 현재 2021년까지 생성된 데이터만 습득했기 때문에 2021년의 주요 과학계 이슈 중 하나였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발사에 대한 기사 작성을 요청했다.

챗GPT는 영어로는 단숨에 글을 작성했지만, 한글로 글을 내놓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2021년 12월인 제임스 웹 발사시기를 2021년 2월로 오기했으며, 주어가 없는 등 문법적 오류도 꽤 보인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분명 인간 기자가 정보 검색이나 취재를 통해 이 분량의 글을 쓰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챗봇이 작성한 논문, 조력자 Vs. 표절

전문가 수준의 글 생성 능력을 가진 챗GPT가 공개된 지 약 세 달이 지났다. 일부 연구자들은 챗GPT를 연구에 사용하고, 공동저자로까지 지정하고 있다. 의학논문 사전 공개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는 챗GPT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이 올라와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생명 분야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챗GPT로 작성한 논문을 올렸는데, 표절 검사를 통과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10편 중 3편은 분야 전문가들조차 인공지능이 작성한 논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챗GPT의 논문 저자로서의 역량은 어느 정도 확인된 상태다. 아일랜드 더블린시티대 연구진은 챗GPT를 활용해 논문을 작성하고, 이를 동료 연구자들에게 평가받았다. ‘암호 화폐’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하게 하고, 전문가들은 저명한 학술지에 게재될 만큼 의미 있는 글인지를 평가했다. 결과는 합격점. 특히, 챗GPT는 아이디어 제안, 문헌 검토, 데이터 수집, 연구 방식 설계 등으로 구성된 논문의 구조에서 데이터 수집과 아이디어 제안 부분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술 출판계도 발 빠르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챗봇이 작성한 텍스트는 표절에 해당한다며 강력한 제제를 밝혔다. 홀든 소프 편집장은 26일 사설을 통해 “과학논문은 저자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챗GPT는 이것을 할 수 없다”며 “챗GPT가 만든 텍스트는 물론 그림, 이미지, 그래픽도 사이언스 계열 6개 학술지 논문에 넣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네이처 출판그룹과 생명과학과 의학 분야 유명 학술지인 ‘셀’과 ‘랜싯’을 출판하는 엘스비어는 사이언스보다는 완화된 입장을 내놨다. 네이처출판그룹은 “AI가 쓴 글을 잡아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AI를 연구에 활용한 경우 논문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스비어 그룹은 “연구 논문의 가독성과 언어를 개선하기 위해 AI를 사용할 수 있지만 데이터 해석이나 결론 도출 등 저자가 해야 하는 주요 작업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AI가 사용됐다는 점과 방법론을 알린다면 논문 작성에 활용하는 것 자체는 막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서적 지원 도구로는 가능성 확인

학술지의 제제 상황에서 챗봇이 과학자로서 학계에서 활동하기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긍정적인 가능성은 확인됐다. 챗봇이 챗봇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사용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도구로도 쓰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 차미영 CI 연구팀은 차지영 이화여대 교수팀, ㈜심심이와 공동으로 팬데믹 상황에서 AI 챗봇의 역할을 최초로 규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는 WHO와 건강정보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JMIR(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이 공동 기획한 ‘챗봇과 코로나19(Chatbots and COVID-19)’ 시리즈중 하나로 1월 4일 온라인 판에 실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챗봇은 의료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는 도구로 주목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각국 보건의료기관은 챗봇을 통해 코로나19 확산과 증상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팬데믹 상황에서 챗봇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역할을 기대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되지 않았다.

공동연구진은 소셜 챗봇 서비스인 ‘심심이’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2002년 운영을 시작한 심심이는 81개 국가에 서비스되며, 하루 대화가 2억 만 건에 이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히 사용되는 소셜 챗봇이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2년 간(2020~2021년) 챗봇 사용이 많았던 상위 5개국(미국, 영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대화 데이터 중 코로나19 관련 대화 1만9752건을 분석했다.

사용자들은 봉쇄 기간 동안 정보 습득을 넘어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으로 챗봇을 사용했다. ‘마스크’, ‘봉쇄’, ‘감염 우려’와 관련된 주제에 관해 대화할 때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놓았고, 심심이와의 잡담에서는 챗봇에게 “조심해”, “건강해”와 같은 인사를 나누며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가별 차이도 확인됐다. 미국 사용자는 아시아 사용자에 비해 코로나19에 대한 챗봇과의 대화에서 부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제1저자인 진효진 IBS 선임연구원은 “국민비서 ‘구삐’처럼 코로나19 팬데믹 때 활약한 챗봇들은 대부분 사용자의 질문에 가장 적절한 대답을 제시하는 목적지향(task-oriented) 대화 시스템”이었다며 “향후 여기에 사용자와 스몰토크(잡담)를 나누는 소셜 챗봇의 기능까지 보강한다면 24시간 정보 전달과 정서적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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