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9·11 테러 때보다 더 떨어져…이틀간 시총 818조 원 증발

코스피 12%·코스닥 14% 역대 최대 폭락
환율 간밤 1500원 돌파·국채 금리 급등
트리플 약세에 금융시장 불확실성 최고조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마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8.37포인트(12.06%) 내린 5,093.54에 거래를 마쳤다. 강예진 기자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동안 18% 넘게 하락하면서 코스피 시총 818조 원이 증발했다. 코스피는 최고점 경신 이후 3거래일 만에 1,214포인트 빠지며 5,000선 붕괴를 눈앞에 뒀다.

주가 하락과 원화 가치 급락, 채권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며 금융시장 ‘트리플 약세’가 현실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코스피, 종목 925개 중 905개 하락

그래픽=송정근 기자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8.37포인트(12.06%) 내린 5,093.54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률 기준으로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9월 12일(-12.0%)을 뛰어넘은 역대 최대다. 특히 코스피는 연휴 뒤인 3일 개장한 이후 이틀 동안 18.43% 폭락했다. 이틀간의 낙폭도 역대 최대치인데, 이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818조 원에 달한다. 전체 시가총액의 약 15%에 해당한다.

간밤 미국 증시는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군사적 보호 검토 소식에 소폭 하락 마감에 그쳤다. 이에 국내 증시 역시 반발 매수 기대 속에 약보합 흐름이 예상됐지만, 실제 낙폭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컸다.

3%대 하락 출발한 코스피는 개장 직후 지수 급락으로 전날에 이어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 정지)가 발동됐다. 이어 오전 11시 19분 전후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되며 거래가 20분간 중단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발동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24년 8월 5일 이후 약 19개월 만이며 역대 7번째다.

장 초반 저가 매수에 나서던 기관이 순매도(-5,887억 원)로 돌아서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이에 반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797억 원, 2,376억 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1.74% 폭락한 17만2,200원에 장을 마쳤고, SK하이닉스도 9.58% 급락한 84만9,000원에 마감했다. 미국·이란 전쟁의 반사 수혜가 기대되던 방산·해운주도 폭락장을 피해가지 못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된 925개 종목 가운데 98%에 해당하는 905개가 하락했다.

코스닥도 14% 급락하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수는 978.44에 마감해 1월 26일(1,064.41) 이후 한 달여 만에 ‘천스닥’ 자리를 잃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도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됐다.

환율 급등·채권 하락…금융시장 초토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에 따른 유가 급등과 전면전 우려가 겹치면서 매도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패닉셀(공황 매도)이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증시 급등에 따른 고점 부담과 외국인의 ‘셀 코리아’ 움직임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코스피 낙폭은 전쟁 영향권에 있는 주요국 증시보다도 훨씬 두드러졌다.

환율에도 비상이 걸렸다.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 강세와 최근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로 달러 수요가 늘면서 원·달러 환율은 간밤 야간 거래에서 장중 1,506.5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이다.

이날 주간 거래에서는 전 거래일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으로 마감됐다. 이는 올해 1월 20일 1,478.1원을 기록한 후 43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3거래일 연속 오르며 1,420원대에서 1,470원대로 수직상승했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대외 요인으로 인한 환율 상승 탓에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상황 점검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전일 런던·뉴욕 시장에서 나타난 원화 환율 급등락 배경과 주요국 환율 움직임을 점검했다. 한은은 중동 상황 전개에 따라 환율·금리·주가 등 주요 금융 변수의 변동성이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국회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직 초기 단계지만 경각심을 갖고 매일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대외 충격 요인이 안정되면 시장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전쟁 직전인 지난달 27일 3.447%에서 이날 3.63%로 큰 폭 상승하는 등 채권 시장도 변동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주식·환율·채권 시장이 동시에 요동치며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시장에선 증시 회복과 환율 안정의 최대 변수로 전쟁의 조기 종식 여부를 꼽는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가격 불안이 이어지며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수 급락으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 평균(10.8배)을 밑도는 10.5배까지 낮아지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줄어든 상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향후 일주일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사태의 출구를 조기에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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