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 포기 논란 속 ‘대장동 지휘라인’ 박철우 중앙지검장 임명

“안정 도모, 인적 쇄신” 설명하지만
野 “보은 인사… 진실 감추려는 속내”
수원고검장 등 요충지엔 文 정부 인사
항소 포기 지적 간부 인사 등 지켜봐야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이후 사임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의 후임으로 박철우(왼쪽)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 임명됐다. 박 검사장의 이동으로 빈 대검 반부패부장 자리에는 주민철 서울중앙지검 중경2단 부장검사가 승진 임명됐다. 연합뉴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이후 사임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의 후임으로 박철우(왼쪽)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 임명됐다. 박 검사장의 이동으로 빈 대검 반부패부장 자리에는 주민철 서울중앙지검 중경2단 부장검사가 승진 임명됐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지휘라인에 있었던 박철우(사법연수원 30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검사장급)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령났다. 항소 포기 논란으로 공석이 된 자리에 관련 논의에 참여했던 간부를 발탁한 것이다. 정부는 ‘조직 안정’과 ‘인적 쇄신’을 강조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수사 외압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인사가 공석을 채우는 응급조치로 끝날지, 항소 포기에 대해 목소리를 낸 간부들을 요직에서 배제하는 ‘물갈이’로 이어질지에 따라 여진의 크기도 달라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19일 박 검사장을 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는 등 대검 검사급(고검장·검사장)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냈다. 박 검사장이 떠난 대검 반부패부장 자리엔 주민철(32기) 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2단 부장검사가 승진 발탁됐다. 공석이던 수원고검장과 광주고검장 자리엔 각각 이정현(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고경순(28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임명됐고, 서울고검 차장검사(검사장급) 자리엔 정용환(32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승진 발탁됐다. 인사는 21일 자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중앙지검장 사직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결원을 충원해 검찰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고, 그와 함께 대검검사급 검사의 인적 쇄신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장동 항소 포기 여파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과 정진우 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노 대행이 사퇴한 당일인 14일 구자현(29기) 신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한 데 이어, 중앙지검장 등 공백도 채운 것이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중앙지검을 이끌게 될 박 검사장은 울산지검·광주지검 특수부장, 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이다.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 시절 대변인을 맡았고, 이후 중앙지검 2차장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에선 대구고검 검사, 부산고검 검사 등 이른바 ‘한직’에 머물렀다가 이재명 정부 들어 검사장급인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승진했다.

박 검사장은 정권 초부터 꾸준히 중앙지검장 후보군에 올랐지만, 정 지검장 사퇴 후 후임으로 발탁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았다. 대장동 항소 포기 과정에서 중앙지검 측과 소통한 대검 간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정부가 논란을 감수하고 인사를 한 것에 대해 ‘달리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항소 포기 경위 설명을 요구한 검사장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일선 지검장은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뿐이라 인력 풀이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정권 초엔 정진우 지검장 등 진영을 떠나 능력을 인정받은 간부들을 기용하려 노력한 흔적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정 지검장 등이 정부와 엇박자를 내자 ‘우리 편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힘을 받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정현 신임 수원고검장과 정용환 신임 서울고검 차장 임명을 두고 ‘정권 코드에 맞춘 인사가 본격화했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 고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 등을 지휘했다. 수원고검 산하 지방검찰청과 지청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대북송금’ ‘성남FC’ 등 사건 수사를 담당했고 현재 관련 재판 공소유지도 맡고 있어서 정치권 관심이 집중돼 있다. 정 차장은 최근 ‘인권침해 점검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여권이 제기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수사팀의 ‘술 파티’ 의혹을 조사해왔다. 현재 서울고검장이 공석이라 그가 서울고검장 직무대행을 맡아 관련 사건들을 본격 지휘하게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박철우 검사장 등 인사에 대해 곧장 “보은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항소 포기에 개입한 당사자를 승진시킨 것은 항소 포기 결정의 이유를 스스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책임을 밝히는 일”이라며 “인사 단행으로 모든 것을 덮으려는 듯한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도리어 진실을 감추고자 하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사의 파장이 검찰 내부까지 확산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특히 여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항소 포기 비판 검사장 강등’ 등이 현실화할지가 변수로 꼽힌다. 현재로선 정부 역시 ‘조직 안정’을 강조하는 등 이번 소규모 인사로 혼란을 수습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선 이 고검장과 고 고검장이 떠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자리에 일부 간부를 전보 조치하는 등 사실상 인사 불이익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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