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돼 죽은 이민자, 트럼프 행정부서 21년 만에 최다”

액시오스 “작년 ICE 시설서 31명 사망”
2024년 3배… 바이든 4년간 규모 추월
두 달 새 3명 숨진 곳도… 사인 불투명

11일 미국 플로리다주 오초피에서 ‘악어 앨커트래즈’라는 별명이 붙은 이민세관단속국(ICE) 이민자 구금 시설의 폐쇄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오초피=AFP 연합뉴스

11일 미국 플로리다주 오초피에서 ‘악어 앨커트래즈’라는 별명이 붙은 이민세관단속국(ICE) 이민자 구금 시설의 폐쇄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오초피=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한 해 구금 시설에서 죽은 미국 내 이민자 수가 21년 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3명이 숨진 시설도 있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이민세관단속국(ICE) 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하게 이민자 단속을 벌인 지난해 ICE 구금 시설에서 사망한 이민자 수가 최소 31명이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인 2004년 이후 최다 수치다. 당시 부시 대통령 지시로 이민 단속이 강화되며 한 해 사망자 수가 32명에 달했다. 작년 사망자 수는 또 2024년 사망자 수(11명)의 3배에 가까운 규모이며, 밀집도가 높은 곳에서 사망자가 많았던 코로나19 대유행기(2020년)보다도 많다. 더불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4년간 총 사망자 수(26명) 또한 추월한 수치라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인권·시민 단체들은 열악한 시설 환경을 비판한다. 국제엠네스티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ICE 수감자들이 △질 나쁜 식사 △극단적 온도 △늘 켜진 조명 △깨끗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슐린(당뇨병 대증약) 투여나 장애인 대상 편의 제공을 거부하고 △변호사 접견을 차단하는가 하면 △배수구에서 오물이 솟아오르는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시설도 보고됐다고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폭로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수감자가 많아 사망자도 많다는 입장이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액시오스에 “수감자 인당 사망자 비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모든 수감자에게는 영양사가 인증한 하루 세 끼 식사와 물, 의료 서비스, 침구, 깨끗한 옷이 제공된다”고 말했다.

사망 원인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액시오스는 “90일 내 사망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게 의회의 요구지만 ICE는 작년 9월 말 이후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불투명성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미국 NBC방송은 미 텍사스주(州) 엘패소에 있는 ICE 구금 시설 ‘캠프 이스트 몬태나’에 갇혀 있던 니카라과 출신 이민자 빅토르 마누엘 디아스(36)가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8월 텐트식 구조물 형태로 지어진 이곳에서는 3일 쿠바 출신 이민자 헤랄도 루나스 캄포스(55)가 숨졌고, 지난달 3일에는 과테말라 출신 수감자 프란시스코 가스파르-안드레스(48)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과 이달에만 수감자 3명이 죽은 것이다. 그러나 사인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서 캄포스의 경우 시설 요원들에 의해 살해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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