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나잇” 기장의 마지막 교신… 11년 전 감쪽같이 사라진 여객기 수색 재개

말레이시아 정부, 민간 기업의 탐사 허용
2014년 3월 인도양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2014년 3월 25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의 한 해변에 설치된 말레이시아 여객기(MH370)와 탑승객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모래 작품 근처에서 학생들이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오데사=로이터 연합뉴스

2014년 3월 25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의 한 해변에 설치된 말레이시아 여객기(MH370)와 탑승객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모래 작품 근처에서 학생들이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오데사=로이터 연합뉴스

2014년 3월 8일 오전 0시 41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출발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370편(MH370) 여객기가 베트남 상공에 진입한 뒤 기수를 갑자기 인도양으로 돌렸습니다. 예정대로라면 곧장 북진해 중국으로 가야 했지만, 갑자기 방향을 180도 틀어 망망대해로 향한 것입니다.

40분 뒤인 오전 1시 22분, 항공기는 관제탑 레이더망에서 사라졌습니다. 중국인 154명을 포함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프랑스,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 14개국 출신 승객 227명과 승무원 12명 역시 증발했습니다. 항공 사고 역사상 최악의 수수께끼로 남은 ‘MH370 실종 사건’입니다.

잔해 없어 추측만 난무

실종 여객기 수색이 이달 말 재개됩니다. 말레이시아 교통부는 3일 “미국 해양탐사기업 ‘오션 인피니티’가 이달 30일부터 약 55일간 심해 탐사에 나선다”며 “비극으로 고통받아 온 가족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고 발생 11년 만이자, 마지막 탐사가 이뤄진 2018년 이후 7년 만입니다.

2014년 3월 존 영 호주 캔버라에서 사고 긴급대응국장이 수색 해역을 설명하고 있다. 캔버라=EPA 연합뉴스

2014년 3월 존 영 호주 캔버라에서 사고 긴급대응국장이 수색 해역을 설명하고 있다. 캔버라=EPA 연합뉴스

시곗바늘을 잠시 여객기 실종 직후로 돌려볼까요. 당시 전문가들은 공중 폭발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MH370이 인도양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이후 전 세계 26개국이 수색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면적의 330배에 달하는 인도양(약 7,300만㎢)에서 추락 지점을 특정하기는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항공기 연료 주유량을 토대로 남부 12만㎢를 샅샅이 훑었지만 결정적 흔적은 찾지 못했습니다.

기체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 30여 개가 인도양 서부 모리셔스섬과 마다가스카르 해안에서 발견됐지만, MH370의 것으로 확인된 것은 단 세 개였습니다. 기체가 해수면에 추락할 경우 최소 200만 조각 이상으로 부서지는 점을 고려하면, 잔해가 발견되지 않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습니다. 블랙박스도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현지 정부는 사건 발생 약 3년 만인 2017년 1월 공식 수색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당시 미국이 지원한 650만 달러(약 84억7,000만 원)를 비롯해 1,800억 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된 까닭에 남은 것은 ‘항공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든 수색 작업’이라는 오명뿐이었습니다.

2014년 3월 8일 말레이시아 항공기(MH370) 당시 기장을 맡았던 자하리 아흐마드 샤의 모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2014년 3월 8일 말레이시아 항공기(MH370) 당시 기장을 맡았던 자하리 아흐마드 샤의 모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이번엔 진실 찾을까

사건이 미궁에 빠지자 온갖 추측만 난무했습니다.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기장의 ‘자살 비행’ 가능성입니다. 항로가 급격히 꺾인 형태가 자동 순항모드로는 구현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기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교신 내용이 “굿나잇, 말레이시아 370”이라는 점도 의혹을 더했습니다. 관제탑에 보내는 “좋은 밤(굿나잇)”이라는 인사라기보다는, 자신이 타고 있는 MH370에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것으로 들린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은 “기장의 정신 건강이나 재정 상태 등에서 극단적 선택 정황은 없다”며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 밖에도 테러리스트의 하이재킹(공중납치)이나 갑작스러운 고도차에 따른 조종사들의 실신, 미 공군의 격추 가능성 등 각종 추정이 이어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2014년 3월 호주 해군 석세스함에서 소형보트가 사고기의 잔해를 찾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호주 국방부 제공

2014년 3월 호주 해군 석세스함에서 소형보트가 사고기의 잔해를 찾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호주 국방부 제공

다시 수색 재개 소식으로 돌아가볼까요. 이번에 탐사에 나선 오션 인피니티는 민간기업입니다. 2018년에도 말레이시아 정부와 ‘발견 시 최대 7,000만 달러(약 1,025억 원) 보상’ 계약을 맺고 탐사에 나섰지만 빈손으로 철수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인도양 남부 1만5,000㎢ 신규 탐사 지역을 제안했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를 “신뢰할 만한 분석”으로 평가하며 협상이 재개됐습니다. 오션 인피니티는 이번에도 “잔해를 발견할 경우에만 비용을 받는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닫혔던 사건 수첩이 7년 만에 다시 열리자 유가족들은 조심스러운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호주 출신 다니카 위크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계속 찾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안도감을 줬다”며 “이번에는 우리가 간절히 기다려 온 진실과 평화를 가져오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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