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야욕’ 트럼프발 미-EU ‘자본 전쟁’ 우려… 시장 ‘셀 아메리카’

美주식·국채·달러 추락 ‘트리플 약세’
“되돌리지 못해” 트럼프 요지부동에
“관세 위협 못 참아” 유럽 보복 채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 1년을 맞은 20일 미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대변인 브리핑에 게스트로 참석해 표지에 업적(accomplishments)이라고 적힌 종이 뭉치를 들고 1년간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 1년을 맞은 20일 미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대변인 브리핑에 게스트로 참석해 표지에 업적(accomplishments)이라고 적힌 종이 뭉치를 들고 1년간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주가와 국채 가격, 달러 가치가 일제히 추락했다.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의 대량 매도에 나서며 나타난 ‘트리플 약세’ 현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욕심이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자본 전쟁’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시장의 ‘셀 아메리카(Sell America)’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서 빠져나가는 돈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1년을 맞은 20일(현지시간) 표지에 업적(accomplishments)이라고 적힌 두꺼운 종이 뭉치를 들고 백악관 브리핑룸에 등장해 1년간 한 일을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호조를 띤 대미 투자 및 증시 수익률 등을 성과로 내세운 그는 “우리는 그 어느 행정부보다 훨씬 더 많이 이룩했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핫한 나라(hottest country)”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미국 자산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급락하고, 미국 국채 수익률은 급등(국채 가격 하락)했다. 달러 가치 역시 가파른 약세를 보였으나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금 가격은 온스당 4,700달러 선을 돌파하며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자산 가치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악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었다. 토요일인 17일 그는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며 현지에 병력을 보낸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내달부터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과 EU 간에 무역 협정이 체결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투하한 관세 폭탄은 시장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재료였다.

무역 보복 뒤엔 자본 보복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다보스=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다보스=AFP 연합뉴스

80년 ‘대서양 동맹’인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은 시장에도 큰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그린란드를 차지하려는 자신의 계획은 “되돌릴 수 없다”며 의지를 재확인했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끝없이 누적되는 새 관세를 영토 주권 확보의 지렛대로 쓰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EU 긴급 정상회의 때 프랑스에 이어 독일도 EU 집행위원회에 강경한 무역 제한 조치들이 포함돼 ‘무역 바주카포’라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의 발동을 요청할 것이라고 이날 전했다.

최악의 경우 유럽 국가들의 미 국채 매각이라는 자본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9일 블룸버그통신은 그린란드 관세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EU가 미국 자산 매각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온다고 소개했다. 국채와 주식을 합칠 경우 EU가 보유한 미국 자산의 규모는 10조 달러(약 1경4,700조 원)에 달한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이날 미국 경제 매체 CNBC 인터뷰에서 “자본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미 자산의 대량 매도가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정학적 갈등이 있을 때는 동맹 사이라도 상대국 부채를 보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설명말했다.

실제 그린란드가 자치령으로 속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덴마크의 연기금은 1억 달러(약 1,470억 원) 규모의 미국 국채 보유분 전량을 이달 말까지 처분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가 이날 전했다. 크지 않은 액수지만 유로존이 활용할 수 있는 ‘자본 무기화’ 전략의 예고편으로 해석될 경우 시장의 동요를 부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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