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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낸 ‘애국 헌금’… ‘전광훈 유니버스’ 배 불린다

[전광훈 유니버스]
<1> ‘전광훈 그룹’ 지배 구조 해부
“1000만 모이면 월 100만 연금” 전광훈 홍보
언론·통신·금융·쇼핑… 교회 혼맥·가족 운영
교회 자금, ‘자유통일당’ 거쳐 업체 향한 정황
전광훈, 본보에 “당회장 그만둬 행정 모른다”

편집자주

매주 광화문에서 음모론을 설파하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가 탄핵 정국 이후 극우 정치의 정점에 섰다. 한국일보는 이른바 ‘애국시민’들의 헌금을 종잣돈 삼아 언론부터 쇼핑·금융·통신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전광훈 유니버스’의 실태를 파헤쳤다.

“핸드폰 있어? 없어? 기계도 번호도 그대로 쓰고, 통신사만 바꿔달라고. 1,000만 대가 바뀌어지면, 한 달에 2,000억 원이 나와. 그 돈으로 여러분에게 죽을 때까지 100만 원씩 주겠다 이거야!”

12·3 불법계엄 이후 ‘아스팔트 우파’의 정점에 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 그는 지난해 1월 30일 수원 메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 자유마을 대회 연설에서 여느 때처럼 거침없이 정치적 발언을 퍼붓다가 돌연 ‘알뜰폰 통신사 호객’에 나섰다. 자유마을은 극우 성향 단체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가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의 지역 조직으로 전 목사는 전국을 돌며 연설을 이어가고 있다. 전 목사가 카드와 쇼핑몰까지 추천하며 “여러분이 쓰는 돈으로 여러분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외치자, 객석을 가득 메운 수만 명의 청중들은 “아멘”으로 호응했다.

전 목사가 언급한 통신사, 카드, 쇼핑몰은 2023년 7월 만들어진 ‘광화문 우파 7대 결의사항’을 말한다. 7대 결의사항 전문에 따르면 광화문에 한 번이라도 온 1,850만 명은 주사파 척결과 자유통일을 위해 반드시 6가지 행동을 해야 한다. ①자유마을 가입 ②자유일보(신문) 정기구독 ③퍼스트모바일 휴대폰 통신사 가입 ④선교카드 가입 ⑤광화문온(쇼핑몰) 애플리케이션(앱) 설치·가입 ⑥유튜브 채널 ‘너알아TV’ ‘일천만방송TV’ ‘FNL NEWS’ 시청·구독이다. ⑦이렇게 6개 모두를 가입한 사람이 1,000만 명을 넘기면 모두에게 ‘종신연금’으로 매달 100만 원씩 준다는 논리다.

전광훈 목사가 만든 '광화문 우파 7대 결의사항'. 유튜브 채널 '자유통일당' 캡처

전광훈 목사가 만든 ‘광화문 우파 7대 결의사항’. 유튜브 채널 ‘자유통일당’ 캡처

전 목사의 ‘1,000만 명 가입 운동’은 아직 미완성인 듯하다. 지금까지 몇 명을 채웠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난해 광복절로 잡았던 목표 시점을 올해 3·1절로 미룬 것으로 볼 때 현재진행형으로 추정된다. 다만 그사이 보수 세력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됐고 구속기소된 것이다. 전 목사는 이에 “3·1절까지 광화문에 1,000만 명이 모이면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꺼낼 수 있다. 애국시민들이 힘을 보태라”고 군중을 자극했다. 각종 집회 참석뿐 아니라 7대 결의사항을 이행하란 주문이다. 윤 대통령 구속 뒤 들끓는 지지자들의 충심을 토대로 언론, 금융, 통신사, 쇼핑, 커뮤니티 등 각종 생활밀착형 사업의 호객꾼으로 나선 셈이다.

한국일보는 ‘전광훈 유니버스’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한 달간 ‘애국자금’의 행방을 추적했고, 막대한 금액이 사랑제일교회와 각종 사업체를 넘나든 정황이 포착됐다. 돈줄은 교회의 핵심 인물이자 전 목사의 수행비서로 알려진 남모(64)씨를 중심으로 한 ‘혼맥’과 ‘인맥’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왕국 중심엔 ‘실세’ 수행비서

‘전광훈 유니버스’의 핵심 사업체와 단체는 7곳이다. ①언론·매체 쪽으론 신문사 ‘자유일보’와 유튜브 채널 운영사 ‘리더스프로덕션’ ②통신 분야에선 알뜰폰 통신사(퍼스트모바일) 운영사 ‘더피엔엘’ ③자체 온라인 쇼핑몰(광화문몰)을 운영하는 ‘광화문온’ ④농협은행과 제휴한 선교카드 운영으로 수익을 얻는 ‘한국교회선교은행’ ⑤자유마을을 운영하는 대국본 ⑥광화문 집회 등의 행사 설비 운영을 도맡는 ‘퓨리턴’이다.

전광훈 유니버스. 그래픽=김대훈 기자

전광훈 유니버스. 그래픽=김대훈 기자

“한 몸이죠. 끼리끼리 해 먹는 한 몸.” 전 목사 측근이었던 한 관계자는 ‘전광훈 유니버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실제 법인 등기부등본과 내부 취재를 종합해보니 7곳의 사업자·단체 경영진은 모두 사랑제일교회에서 중요 직책을 맡고 있었다.

사랑제일교회 인물 관계도. 그래픽=김대훈 기자

사랑제일교회 인물 관계도. 그래픽=김대훈 기자

이 중에서도 핵심 인물이 랑제일교회 여성 전도사 남모(64)씨다. 남씨는 20여 년 전 경남 지역의 한 기도원에 행사를 온 전 목사와 연이 닿아 최측근이 됐다고 한다. 사랑제일교회엔 엄연히 당회장(대표목사)과 자금 운용을 총괄하는 재정 장로가 있지만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인사들은 “실질적으로 무대 뒤에서 교회를 주무르는 건 남씨”라고 입을 모았다. 행사마다 전 목사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며, 지지자들이 ‘축복 기도’의 대가로 전 목사에게 건네는 용돈(헌금) 봉투를 건네받는 모습을 본 사람도 여럿이다. 전 목사는 이에 대해 한국일보 통화에서 “비서(남씨)가 나한테(나 대신이라는 의미) (봉투를) 받아 재정 장로한테 다 준다”며 “(자금이나 재정 운영과는) 전혀 관련 없다”고 부인했다.

남씨는 7개 사업자·단체의 핵심 간부이기도 하다. 그는 2017년부터 5년간 더피엔엘 사내이사였다. 리더스프로덕션 대표이자 사랑제일교회 대표목사(당회장)인 이모(39)씨는 남씨의 사위다. 남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교회 사무장 박모(50)씨는 광화문온 초대 대표였고, 지금은 리더스프로덕션 사내이사다. 박씨의 남편인 사랑제일교회 장로 김모(55)씨는 퓨리턴 대표로 전 목사 측의 행사 설비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박씨는 퓨리턴 사내이사이자 자유일보 감사이기도 하다. 광화문온 대표인 김모(53) 목사는 장로 김씨와 청소년 시절부터 전 목사가 서울 동대문구에 세운 개척교회(사랑제일교회의 전신)를 함께 다닌 사이다.

전 목사 가족도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전 목사는 농협은행과 제휴를 맺은 선교카드 수수료의 0.2~0.5%를 받는 한국교회선교은행 대표다. 딸 전한나씨와 아들 전에녹씨는 자유일보 대표를 번갈아 지냈다. 딸 전씨는 2023년 초까지 더피엔엘의 초대 대표였으며, 지금도 회사 지분 60%를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딸 전씨는 또 리더스프로덕션 감사인 동시에 광화문온과 자유일보 사내이사다.

교회 헌금도 기업 젖줄 됐나

이들 기업 상당수는 사랑제일교회 및 전 목사가 창당한 자유통일당과 ‘거래 관계’가 있다. 퓨리턴 홈페이지엔 전 목사 주관 자유마을 대회 등 행사장을 꾸미는 영상이 주요 실적으로 공개돼 있다. 전 목사는 한국일보에 “교회 헌금으로 자유일보에 매달 5억 원은 지원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자유통일당의 5년 치(2020~2024년) 회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더피엔엘은 자유통일당의 광고대행 용역을 맡아 2021년 8월 대금 3억6,000만 원을, 2021년 6월~2022년 5월 신문광고비 명목으로 4억6,200만 원을 각각 지급받았다. 퓨리턴은 콜대행 업무 명목으로 2022년 매달 600여만 원을 자유통일당에서 받았다. 퓨리턴은 당 전당대회 대행, 자유통일당 주재 광화문 행사 대금으로도 총 3억7,000만 원을 벌었다. 리더스프로덕션은 2021년부터 자유통일당 홍보영상 제작 대행을 맡아 매년 수억 원씩 수익을 올렸다. 광화문온 역시 지난해 총선 당시 자유통일당 유세용품을 조달한 대가로 3,100만 원을 챙겼다. 자유통일당은 자유일보에 매달 수천만 원을 광고비로 지급했다.

자유통일당이 지난해 5월 선관위에 제출한 '제22대 총선 회계보고서'에 사랑제일교회 차입금 내역이 정리돼 있다. 자료 캡처

자유통일당이 지난해 5월 선관위에 제출한 ‘제22대 총선 회계보고서’에 사랑제일교회 차입금 내역이 정리돼 있다. 자료 캡처

이처럼 기업들에 지급된 돈의 상당 부분은 자유통일당이 사랑제일교회에서 빌린 것으로 분석된다. 자유통일당은 교회에서 매년 적게는 4억 원, 많게는 20억 원 등 5년간 총 69억 원대 자금을 빌렸다고 선관위에 보고했다. 교인들로부터 십시일반 걷은 헌금이 자유통일당을 거쳐 전 목사 일가와 핵심 측근들이 운영하는 기업으로 들어간 것이다. 전 목사도 한국일보 통화에서 “필요할 때 우리 교회에서 ‘이자 없이’ 돈을 (당에) 빌려준다”고 인정했다. ‘변제 여부’에 대해선 “당연히 갚아야지”라고 답했다. “선거철에는 돈을 빌려줬다가 나중에 한 달에 2억 원씩 들어오는 당비로 갚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목사 얘기대로 ‘무이자’로 돈을 빌려 썼다면(무상대여), 변제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자유통일당이 제출한 회계보고서엔 교회에서 빌린 돈에 대해 이자를 내거나 원금을 갚은 내역이 없다. 다만 현행 정치자금법은 차입금의 변제기한이나 이자 납부 방식은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어 위법 여부를 판단하긴 쉽지 않다. 가령 ‘변제기한 30년, 이자는 원금 상환 시 일시불’ 방식도 가능한 셈이다. 중요한 건 이자와 변제기간을 적시한 차용증을 썼는지 여부다. 선관위 관계자는 “차용증은 차입금 상환 시 증빙 격으로만 제출하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전광훈 알았나… 교회 “세무 문제없어”

<사랑제일교회 정관 발췌>

제4조 (사업)
본 교회는 제3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목적 사업을 행한다.
1. 국내 외 종교 사업
2. 언론(신문, 방송매체, 유튜브)을 통한 선교사업
3. 교육 및 장학사업
– 교회 부설 인재개발 관련 사업
5. 사회사업
6. 노인의료복지 사업
7. 북한 복음회 및 인권보호를 위한 지원사업
8. 한국교회 및 기도원의 재개발, 재건축, 부도 및 경매로부터 보호사업
9. 세계기독청건립사업을 통한 세계복음화 사업
10. 대한민국을 공산주의 및 주사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사업
11. 신앙자유와 예배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사업
12. 당회결의에 따른 한국교회 공익과 복음사업에 기여하는 사업

제5조 직분
1) 당회장
당회장은 당회의 추천으로 공동의회에서 의결하여 공동의회의 결정으로 청빙하고 그 임기는 만 71세로 한다. 다만 당회장이 유고시 당회장은 당회장 직무대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

(**중략**)

사. 인사 및 재정
본교회의 인사와 재정은 당회의 결정에 따라 당회장에게 위임하고 그 집행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전 목사는 이에 대해 2020년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을 때 당회장직을 그만둬 세세한 교회 운영 상황은 잘 모른다고 밝혔다. 사랑제일교회 정관에 따르면 교회 재정의 전권은 당회장(대표 목사)에게 있다. ‘전광훈 유니버스’ 업체와 단체들도 법적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세무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금이든 행정이든 교회 운영엔 전 목사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게 교인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14일 사랑제일교회 조모 목사 자녀 결혼식 당시 축하 화환에 ‘당회장 전광훈’이라고 적힌 사진이 포착되기도 했다.

15일 사랑제일교회 소속 조모 목사 자녀 결혼식장 로비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명의 축하 화환이 놓여 있다. 당회장으로 소개된 문구(흰색 원)가 보인다. 독자 제공

15일 사랑제일교회 소속 조모 목사 자녀 결혼식장 로비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명의 축하 화환이 놓여 있다. 당회장으로 소개된 문구(흰색 원)가 보인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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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전광훈 그룹’ 지배 구조 해부
    1. 당신이 낸 ‘애국 헌금’… ‘전광훈 유니버스’ 배 불린다
    2. 전광훈 “한 달에 헌금만 10억… 작년 광화문 집회에 1000억 지원”
    3. 전광훈이 모은 ‘애국시민’ 쌈짓돈…자유일보 통해 美 로비업체로
    4. “교회 정관은 헌법”… 금융당국·수사기관도 전광훈 교회에 두 손 들었다
  2. <2>’애국 가스라이팅’과 절대 순종
  3. <3> 광장 동원력, 비주류가 실세로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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