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퍼포먼스보다는 진지한 음악으로… BTS의 성숙한 변화 담은 ‘아리랑’

고경석 기자

20일 정규 5집 ‘아리랑’ 발매
2022년 ‘프루프’ 이후 3년 9개월 만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총 칼 키보드 다 좀 치워 / 인생은 짧아 증오는 비워 / It’s big in real life / 뭘 체면 따져 내려놔, 야 인마’

긴장감 넘치는 신시사이저 연주가 흐르고 둔탁한 드럼 비트 위로 ‘스타디움에 모인 사람들 모두 뛰어(I need the whole stadium to jump)’라고 외치는 랩이 듣는 이를 대형 공연장으로 초대한다. 20일 오후 공개된 방탄소년단(BTS)의 새 앨범 ‘아리랑(ARIRANG)’의 첫 곡인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는 방탄소년단의 건재를 알리는 선언이다. 3년여 만에 다시 만나는 팬들과의 재회를 자축하는 곡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의 정규 5집 ‘아리랑’은 컴필레이션 앨범 ‘프루프(Proof)’ 이후 3년 9개월 만에 공개되는 작품이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정규 5집 ‘아리랑’에 대해 “방탄소년단의 정체성과 이들이 마주한 보편적인 감정을 담은 앨범”이라며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을 제목으로 삼아, 팀의 뿌리와 현재 일곱 멤버가 느끼는 정서를 음악으로 풀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시작한 팀”이라는 정체성을 담았다는 뜻이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앨범 제목 공개와 함께 오래도록 궁금증을 일으켰던 ‘아리랑’은 ‘보디 투 보디’에 샘플링 형식으로 담겼다. 곡이 끝날 즈음 거친 트랩 비트 사이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구성진 선율이 사물놀이 연주로 짤막하게 펼쳐진다.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색다른 변주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대신 ‘원본’을 끼워 넣어 중첩시키는 물리적 방식을 택했다. “한국에서 온 촌놈들”이라는 리더 RM의 말처럼 한국에서 온 그룹이라는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곡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는 인터루드 트랙 ‘No. 29’에는 성덕대왕신종 종소리를 넣기도 했다.

14곡 중 13곡의 작사에 참여한 RM이 작사 전반을 맡은 얼터너티브 팝 ‘스윔(SWIM)’이 타이틀 곡으로 선정됐다. 삶의 파도 속에서 계속 헤엄쳐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노래한 곡이다. 레트로풍의 신시사이저 연주와 올드스쿨 드럼의 생동감이 다소 무거운 느낌의 보컬과 충돌하는 곡으로 ‘다이너마이트’ ‘버터’ 같은 대중적인 색채는 덜한 편이다.

평소 방탄소년단 앨범에서 찾기 어려운 곡들이 적지 않다. 인디 록 밴드 테임 임팔라의 케빈 파커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는 방탄소년단과 테임 임팔라의 특징이 공존하는 곡이다. 마지막 곡 ‘인투 더 선(Into the Sun)’은 K팝에서 보기 드문 레트로풍의 솔 팝 장르를 선보인다. ‘라이크 애니멀스(Like Animals)’는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사이키델릭 트립합 트랙. 모두 열정적이고 신나는 댄스 퍼포먼스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곡들이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아리랑’은 ‘다이너마이트’ 등으로 빌보드 차트를 정복하던 시기의 말랑하고 달콤한 팝에서 벗어나 힙합을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를 펼쳐 보인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총괄 프로듀싱을 맡고 데뷔부터 함께한 프로듀서 피독이 제작 현장의 지휘를 맡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진행된 앨범 제작 과정 중 일부는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다큐멘터리 영화 ‘BTS: 더 리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앨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평론가들은 앨범에 대한 첫인상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그룹의 성숙을 엿볼 수 있는 곡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앨범”(김작가), “전반부는 음악적 즐거움을 주면서 그룹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데 반해 후반부는 그룹의 새로운 면모와 변화를 보여주지만 그다지 흥미롭거나 매력적이진 않다”(정민재) 같은 서로 다른 평을 남겼다. 앨범이 국내 대중보다 글로벌을 향하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멤버들의 음악적 갈증과 그래미를 향한 야심을 동시에 보여주는 앨범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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