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창업자 부부, 美 어린이들의 투자금 마련에 9조원 기부
10세 이하 아동 2500만명에 ‘투자금’ 지원
기부금 통해 美 행정부 정책에 발맞추기

마이클 델(왼쪽) 델테크놀로지스 최고경영자(CEO)와 그의 부인 수전 델이 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계좌’ 기부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의 컴퓨터 제조기업 델테크놀로지스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델 부부가 미국 어린이들의 투자 자금 형성을 위한 ‘트럼프 계좌’ 정책을 돕기 위해 62억5,000만 달러(약 9조2,000억 원)를 기부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국인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기부금 가운데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델 부부가 운영하는 마이클·수전 델 재단은 2일(현지시간) 델 부부가 미국의 아동 금융투자계좌 종잣돈 지원을 위해 이 같은 기금을 미국 정부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델 부부의 기부금은 향후 소득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10세 이하 아동 2,500만 명에게 각각 초기 투자자금 250달러(약 36만 원)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우편번호를 기준으로 중위소득이 15만 달러(약 2억2,000만 원) 이하인 지역이 대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기업 수뇌부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백악관 연회장 건설 계획이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행사 등 자체 정책 사안에 적극 활용해왔다. 이날 델 부부의 기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어린이 투자 지원 정책에 발을 맞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미 연방의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를 종합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을 가결했는데, 해당 법안에는 아동들에게 1인당 1,000달러(약 147만 원)를 투자 자금 명목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5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최초로 제안한 정책 명칭은 ‘미국 투자 계좌(Invest America accounts)’지만, OBBBA 제정 과정에서 ‘트럼프 계좌(Trump accounts)’로 이름이 바뀌었다. 기존 정책은 수혜 대상이 △올해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출생자 △미국 시민권자 △사희보장번호 보유 아동으로 다소 좁았는데, 이날 기부로 지원 대상이 크게 확대된 셈이다.
델 부부는 성명에서 “가장 현명한 투자는 아이들에 대한 투자라고 믿는다”면서 “부유한 여러 미국인 자선가들과 대화해왔고, 다른 분들도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델 부부를 백악관에 초청해 행사를 개최한 트럼프 대통령도 지원금이 “특별히 부유하게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에게 주어진다”며 “그들이 언젠가 매우 부유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가 추산한 마이클 델의 총 재산은 약 1,490억 달러(약 219조 원)로 전 세계 부호 가운데 10번째로 많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