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배우자 왜 체포됐나… ‘레이디 맥베스’로 불린 막후 실세

90년대부터 차베스주의 진영 핵심
변호사 출신으로 의원·장관 역임
사법부 지인으로 채워 ‘막후 실세’

니콜라스 마두로(오른쪽)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배우자 실리아 플로레스 여사가 2019년 6월 카라카스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남편 뒤에 서 있다. 카라카스=AP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오른쪽)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배우자 실리아 플로레스 여사가 2019년 6월 카라카스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남편 뒤에 서 있다. 카라카스=AP 연합뉴스

미군은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를 기습해 니콜라스 마두로(64) 대통령뿐 아니라 배우자 실리아 플로레스(70) 여사까지 체포했다. 미 법무부가 같은 날 공개한 기소장에도 마두로 대통령과 플로레스의 이름이 함께 적혔다. 플로레스는 사실 영부인을 넘어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강력한 실권을 지닌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플로레스에 대해 “그는 수십 년 동안 막후에서 활동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구축했다”며 “베네수엘라의 거의 모든 주요 결정이 그를 거쳐 이뤄지도록 하는 사법 시스템을 구축했고, 국가 기관들은 친척과 충성파로 장악했다”고 지적했다.

노동법 및 형법 변호사였던 플로레스는 1992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군인 신분으로서 쿠데타를 시도하다 실패했을 당시 그에게 법률 지원을 제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차베스주의 운동권 내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노동운동가였던 마두로 역시 당시 차베스 경호팀 일원으로서 같은 정치 조직 안에 있었고, 이후 두 사람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며 차베스주의 진영의 핵심이 됐다.

플로레스는 마두로와 별개로 자신만의 정치적 경력을 쌓아나갔다. 차베스가 대통령이 되자 그는 2000년 국회의원으로 처음 선출됐고, 재선의원이었던 2006년에는 베네수엘라 최초로 여성으로서 의회 의장 자리에 올랐다. 법무장관이었던 2013년 차베스 전 대통령이 건강 악화로 사망하자 플로레스는 당시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마두로와 결혼, 공식적으로 영부인이 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를 영부인보다는 ‘최초의 투사’라는 칭호로 불렀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가 2024년 1월 카라카스 연방 입법궁에 도착하며 군중을 향해 '승리의 브이(V)'를 들어 보이고 있다. 카라카스=EPA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가 2024년 1월 카라카스 연방 입법궁에 도착하며 군중을 향해 ‘승리의 브이(V)’를 들어 보이고 있다. 카라카스=EPA 연합뉴스

이후 플로레스는 공식적인 정부 직책에서 물러났고, 좀처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가 여전히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판사와 고위 관리 대부분이 플로레스에게 충성한 자나 관련 인맥을 통해 임명된 것으로 추정된다. 카르멘 아르테아가 베네수엘라 시몬볼리바르대 부교수는 미국 CNN방송에 “많은 사람들은 그를 막후 실력자 또는 최고 고문으로 여기고 있다”며 “적어도 차베스주의 정권이 유지되는 동안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국민들 중에선 그를 ‘레이디 맥베스’라 부르는 이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희곡 ‘맥베스’의 주요 인물인 레이디 맥베스는 권력욕이 강해 남편을 부추겨 왕을 살해하게 하고 결국 파멸로 이끄는 여성이다.

NYT에 따르면 그는 마두로 대통령과 함께 광범위한 부패 행위에 연루돼 있다. 공금 유용부터 제재 대상 외국 사업가와의 사업 유착 등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 당시 제재 대상에 올랐고, 이번 기소장에는 마두로 대통령 및 아들과 함께 마약 밀매업자들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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