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종전 합의 ‘초읽기’ 들어갔다… 합의도 전에 S&P500 사상 최고치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외 1명
파키스탄서 2차 협상 유력 분위기
세부 논의 위한 휴전 연장 불가피
이스라엘·레바논도 휴전 발표할 듯
트럼프 군불 때자 주가 사상 최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파키스탄 측 중재로 이란 대표단과 종전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F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終戰)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휴전 기간이 끝나는 다음 주 초(21일) 이전에 최종 합의의 토대가 되는 ‘기본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백악관 “생산적 대화”
양국 간 두 번째 대면 협상은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2차 대면 협상 성사 가능성과 관련해 “공식 발표가 있을 때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대화는 생산적이며 우리는 합의 전망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담 장소에 대해 “지난번과 같은 곳이 될 공산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11, 12일 이틀간 20시간 넘게 종전 협상을 벌였지만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첫 협상 결렬 뒤에도 대화 동력은 유지됐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12일 이란 대표단이 (이슬라마바드에서) 돌아온 뒤에도 파키스탄을 통한 미국과의 메시지 교환이 지속돼 왔다”고 말했다.
의견 접근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미국 관리를 인용해 첫 협상 때 미국 대표단으로 나섰던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윗코프 대통령 중동 특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전날 이란 측 및 중재자들과 전화로 통화하고 제안 초안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조율은 막바지 단계다.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이 이끄는 파키스탄 대표단은 이날 테헤란에 도착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종전 협상 관련 예비 회담에 착수했다. 앞서 이란 반(半)관영 타스님통신은 무니르 총사령관이 새로운 미국의 메시지와 2차 협상을 위한 계획을 이란에 전한 뒤, 며칠 내로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2차 협상 의제를 이란 당국과 검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양측 모두 유화책

2월 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오른쪽)와 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이 담긴 이란 테헤란 시내 현수막 앞을 15일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2차 협상의 목표는 휴전 합의가 만료되는 21일 이전에 기본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액시오스가 미국 관리 두 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기본 합의 다음 단계는 세부 논의다. 포괄적 합의의 세부 사항을 협상하기 위해서는 휴전이 연장돼야 할 것이라고 한 미국 관리와 중재 상황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이 액시오스에 말했다.
협상 타결 의지는 양측 모두에서 확인된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이 곧 발표될 예정이라고 레바논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동 역내에서 가장 강한 이란의 대리세력이 헤즈볼라인데,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한 뒤에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소탕을 명분으로 레바논 공격을 중단하지 않았다. 레바논 당국자들은 미국 주도로 휴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16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상이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 약간 숨통이 트일 공간을 마련해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 지도자가 대화를 나눈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무려 34년이나 됐다. 내일 대화가 이뤄질 것이다. 좋다”고 강조했다. 타스님은 레바논 휴전이 2차 협상에 나설지를 결정하려는 이란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역시 유화책을 내놨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세계 석유·가스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해 온 이란이 최근 대미(對美) 협상에서 “해협 내 오만 영해를 지나는 선박은 공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자국 쪽 대신 오만에 가까운 바닷길로 해협을 드나드는 선박은 통항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4월 말까지는 합의”
협상 국면에 들어간 뒤 우위를 점한 쪽은 미국인 듯하다. 액시오스는 경제 위기에 빠진 이란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해상 봉쇄를 지시해 원유 수출마저 차단하면서,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는 이란의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는 게 미국 측 판단이라고 전했다. 레빗 대변인은 “우리가 휴전 연장을 요청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여전히 협상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을 벼랑 끝에 세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군불을 지피고 있다. 영국 방송 스카이뉴스는 자기들과 인터뷰한 트럼프 대통령이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하기 전까지 이란과 합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가능하다. 그들(이란)은 꽤 심하게 두들겨 맞았다”는 대답을 했다고 이날 전했다. 찰스 3세는 이달 27~30일 워싱턴과 뉴욕을 찾는다. 13일 백악관 취재진에 이란이 합의를 간절하게 원한다고 주장했던 그는 전날도 미국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전쟁이) 거의 끝나 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 월가(街)는 벌써 종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기류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7,000선을 처음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 워싱턴=권경성 특파원ficciones@hankookilbo.com
- 손성원 기자sohnsw@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