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주 ‘소말리아 이주민’ 추방 위기… 민주당 텃밭 공격 의도도

트럼프, 내각회의서 “쓰레기 입국 안 돼”
주방위군 피격 뒤 이민자 집중 단속 예고
야당 텃밭 조준… 주지사 “무차별 표적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에 망명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워싱턴에서 저지른 총격 범행으로 엉뚱하게 미네소타주(州)에 모여 살던 소말리아 출신 이주민들이 추방 위기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한 ‘이민자 악마화’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악마화 희생양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내각 회의를 주재하다 “그들(소말리아 이주민)이 우리나라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들은 (미국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쓰레기(garbage)가 계속 들어온다면 (미국은) 잘못된 길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멸은 소말리아 출신 첫 미국 연방 하원의원인 민주당 소속 일한 오마르(미네소타)에게로도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여성은 쓰레기이고 그의 친구들도 쓰레기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불평만 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오마르를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묘사해 왔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소말리아 공동체가 고강도 이민자 단속 지역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소말리아인이 대규모로 거주하는 미네소타주 ‘트윈 시티(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일대에서 소말리아 이민자를 표적으로 삼는 집중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미네소타 지역에서 진행한 비자 적법성 조사 결과 소말리아 이민자들에게 발급된 비자의 절반이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대규모 사기 연루

트럼프 대통령의 불평이 아예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약 5년간 사회복지 서비스 회사를 차려 연방정부 지원금을 빼돌린 소말리아계 미네소타 주민들을 연방검찰이 9월 대거 재판에 넘기는 일이 벌어진 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강도가 올라갔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소말리아 이민자들을 겨냥한 연방정부의 고강도 단속이 곧 실시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2일 해당 도시 소말리아 주민들이 지역 내 한 아파트 로비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미니애폴리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소말리아 이민자들을 겨냥한 연방정부의 고강도 단속이 곧 실시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2일 해당 도시 소말리아 주민들이 지역 내 한 아파트 로비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미니애폴리스=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을 개연성도 충분하다. 미네소타는 ‘민주당 텃밭’으로 통하는 지역이며 지난해 대선 때 야당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팀 월즈가 주지사를 맡고 있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만 명의 소말리아 난민들이 한때 번영했던 미네소타를 장악했다”고 말했다.

월즈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주지사 3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놈 장관은 회의에서 월즈 주지사가 “결코 이 나라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을 불법으로 데려왔다”고 말했다. 월즈는 엑스(X)에 “범죄 수사와 기소는 적극 돕겠지만, 홍보 계책 성격의 무차별 이민자 표적화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적었다.

기회 잡은 트럼프

하지만 ‘반(反)이민’을 표방해 정권을 잡은 트럼프 행정부에는 놓치기 싫은 기회다. 미국 CNN방송은 미국 입국금지 대상국을 현 19개국에서 30~32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소말리아 이주민 매도의 빌미를 제공한 워싱턴 배치 주방위군 총격 사건의 아프간 출신 용의자 라마눌라 라칸왈은 이날 1급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부상을 입은 그는 화상으로 법정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했다. 라칸왈은 미국 추수감사절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백악관 인근 지하철역 근처에서 웨스트버지니아주 방위군 소속 사라 벡스트롬과 앤드루 울프에게 권총을 발사했다. 벡스트롬은 이튿날 숨졌고 울프는 위독한 상태다.

순찰 등 치안 임무가 주방위군을 피격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워싱턴에 이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도 몇 주 안에 주방위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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