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엡스타인 자료 1만 건 추가 공개…”트럼프, 전용기 8번 이용”

“트럼프, 엡스타인 전용기 탑승 횟수 이전 보고보다 훨씬 많아”
엡스타인, 성범죄자에 편지 보내며 트럼프 대통령 언급
“우리 대통령, 젊고 매력적인 여성에 대한 우리 사랑 공유”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유산 발췌 사진들. 이 사진에는 도널드 트럼프(왼쪽에서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 엡스타인(왼쪽 두 번째)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미 하원 감독위원회 제공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유산 발췌 사진들. 이 사진에는 도널드 트럼프(왼쪽에서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 엡스타인(왼쪽 두 번째)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미 하원 감독위원회 제공

미국 법무부는 23일(현지시간)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한 자료를 추가로 공개했다. 여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이전에 보고한 것보다 훨씬 많이 탑승”했다는 검사의 이메일 내용도 포함됐다.

“트럼프, 엡스타인 전용기 8차례 이용…20세 여성도 동승”

미 법무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 중 일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제 보고된 횟수보다 많이 제프리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이용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 그리고 20세 여성이 동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 법무부 제공

미 법무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 중 일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제 보고된 횟수보다 많이 제프리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이용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 그리고 20세 여성이 동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 법무부 제공

미국 법무부는 이날 엡스타인과 관련한 3만 쪽에 달하는 문서들과 수십 개의 영상 파일 등 총 1만1,000여건의 자료를 추가로 공개했다. 공개된 문서 중에는 뉴욕의 신원 미상 검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1993~1996년 사이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8차례 탑승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과거 보고된 횟수보다 훨씬 많다(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도)”고 쓴 메일 내용도 포함됐다. 메일은 2020년 1월 7일자로 작성됐다.

이 검사는 한 번은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과 20세 여성과 셋이서 전용기를 이용했다고 적었다. 또, 엡스타인의 옛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용한 전용기에 함께 탑승한 횟수도 “최소 4차례”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맥스웰은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착취를 도운 혐의로 20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2000년대 초 엡스타인과 공범들이 벌인 파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된 정황과 관련해 연방수사국(FBI)이 수집한 제보도 공개문서에 포함됐다. 다만, 문서는 후속 조사가 이뤄졌는지 또는 첩보들이 확인됐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이 문서들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사실이 아니고, 선정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며 “근거 없고 거짓”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과 투명성에 대한 우리의 약속에 따라 법무부는 엡스타인 피해자들을 위해 법적으로 요구되는 보호 조치와 함께 문서들을 공개한다”고 했다.

엡스타인, 성범죄자에게 “우리 대통령도 소녀들에 대한 사랑 공유” 편지

미국 여자 체조 선수 수백 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래리 나사르가 2018년 2월 미국 미시간주 이턴카운티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해 재판장의 판결 내용을 듣고 있다. 미시간=AP 연합뉴스

미국 여자 체조 선수 수백 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래리 나사르가 2018년 2월 미국 미시간주 이턴카운티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해 재판장의 판결 내용을 듣고 있다. 미시간=AP 연합뉴스

엡스타인이 성범죄자 래리 나사르에게 보낸 편지에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된 내용도 이번에 공개됐다. 편지는 명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대통령’이라고 지칭하며 “젊고 매력적인 소녀들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공유하고 있다”고 적었다. 엡스타인은 “인생은 불공평하다”고도 썼다. 미국 체조 국가대표팀 주치의였던 나사르는 2017년 아동 음란물을 구매·보유한 혐의로 연방법원에서 징역 6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미시간주 잉햄카운티 법원에서 265명의 체조선수들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40~125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미 법무부는 23일(현지시간)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문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공개된 문건 중에는 엡스타인이 미성년 성착취범 래리 나사르에게 보낸 편지가 포함됐다. 미 법무부 제공

미 법무부는 23일(현지시간)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문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공개된 문건 중에는 엡스타인이 미성년 성착취범 래리 나사르에게 보낸 편지가 포함됐다. 미 법무부 제공

WP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2021년 사법 당국이 맥스웰 사건 관련 기록 확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 마러라고에 소환장을 보낸 사실도 포함됐다. 검찰이 트럼프 대통령의 클럽에서 맥스웰 사건과 관련된 인사의 과거 채용 기록을 확보하려 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엡스타인이 별장에서 성접대를 한 정관계 유명 인사들의 리스트가 있다거나, 엡스타인의 사인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음모론이 끊임없이 나왔다.

여기에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엡스타인 문건 공개를 약속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자료 공개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도 공범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수사당국은 엡스타인을 기소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공범으로 기소하거나 고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범죄행위를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 트럼프 관련 사진 삭제했다가 복원

공화당과 민주당이 자료 공개를 강제하는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안을 초당적으로 통과시키자 법무부는 지난 19일부터 관련 문서들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지난 19일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여성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는 사진이 대거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들도 일부 있었지만, 법무부는 하루 만에 관련 파일들을 삭제했다.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이틀 뒤 자료를 다시 복원했다. 복원에 앞서 토드 블랜치 미 법무부 차관은 공개된 사진 속에 피해 여성들의 모습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명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쏠린 여론을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돌리기 위한 술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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