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지워달라” 했더니… 구글, 피해자 이름·직장까지 연구소에 넘겨 무단 공개

유대근 기자

사이트에 그대로 노출… 민감 정보 등 200건 유출
구글 “직원 실수” 주장… 정부, 삭제 요청 ‘무기한 중단’

불법 영상물 촬영 이미지 컷. 셔터스톡 캡처

구글이 불법 촬영물 피해자들이 보낸 삭제 요청문과 이름, 직장·학교명, 전화번호 등 민감 정보를 외부 연구기관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기관은 이를 무단공개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정보 유출 위험이 불식될 때까지 구글에 불법 촬영물 삭제 요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8일 성평등가족부 등에 따르면 구글은 복수의 한국인 피해자들이 보낸 삭제 요청문을 미국 하버드대 산하 민간연구기관으로 넘겼다. ‘저의 성관계 영상이 불법 유출돼 피해가 심각하니 저를 특정하는 연관 검색어를 삭제해달라’는 등의 요청문이다. 구글은 삭제 요청을 분석해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협업연구기관으로 보내왔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구글이 삭제 요청문뿐 아니라 피해자의 개인정보도 무단으로 넘겼고 연구기관이 이를 공개했다는 점이다. 연구기관 사이트에는 불법 촬영물 피해자들의 이름과 나이, 직장, 학교, 휴대전화 번호와 삭제 요청문 등이 비식별화처리 되지 않은 채 올라와 있었다. 성평등부는 민간 정보 등 문제가 된 노출 정보가 최소 200건 이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앞에 로고 간판이 설치돼 있다. 마운틴뷰=AFP 연합뉴스

성평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는 피해자 정보 등이 게재된 연구기관 사이트 측에 정보를 삭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해당 정보는 9월 7일 지워졌다. 구글 측은 우리 정부 측에 “직원의 실수로 피해자 민감정보가 넘어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삭제 지원 기관인 성평등부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지난달 중순부터 구글 쪽에 보내던 불법 촬영물 삭제 요청을 무기한 중단했다. 개인 정부 유출 위험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삭제 요청을 보내기 어렵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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