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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관절염

어제 뉴욕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날씨도 부쩍 쌀쌀 해지고 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요즘, 엄마가 팔 다리 관절이 자주 아프고 쑤신다고 한탄하셨다. 사실 요즘 엄마가 갱년기를 겪으시면서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시는 거에 대해 마음이 쓰였다. 항상 건강할 것만 같았던 우리 엄마가 이제 나이가 드시니, 할머니 마냥 주름도 더 선명히 보이고, 기분도 들쑥날쑥 이라고 하시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엄마와 통화를 마치고 남편한테 엄마 얘기를 하니, 혹시 관절염이 아닐까 하고 의심했다.

갱년기와 관절염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갱년기는 45세에서 55세에 해당하는데, 이 시기의 여성은 폐경 이후 여성 호르몬의 감소로 인한 골밀도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두근거림, 발작성 흥분, 안면 홍조, 두통, 현기증, 이명, 불면, 위장장애 등 생활에 불편을 겪을 정도의 다양한 증상을 경험하는데, 그 중에는 골밀도의 감소처럼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증상도 있다. 골밀도 감소에 의해 골감소증 및 골다공증으로 진행되면 골절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지만, 실제로 골절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당사자는 골밀도가 감소한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이것은 무릎관절염의 퇴행을 가속하는 원인이어서 더 문제가 된다.

퇴행성관절염

골관절염’을 흔히 ‘퇴행성관절염’으로 부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노화’로 인한 퇴행성 소견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퇴행성관절염을 두고 ‘노인이 겪는 질환’이라는 편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고질병이라 부를 만큼 노인층에게 흔한 질환이기는 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퇴행성 무릎관절염을 앓는 50대 여성 환자 수는 두드러진다. 여성은 폐경을 통해 신체 곳곳에서 노화로 인한 변화가 가속화하는 시기를 겪기도 하지만, 빠른 퇴행성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에 많이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다른 관절과는 다르게 무릎관절은 나이, 여성, 비만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요인이 여성 호르몬의 영향과 연관되어 있는 50대 여성에게 ‘갱년기’는 각별히 퇴행성 무릎관절염을 주의해야 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원래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연골의 점진적인 손상이지만, 관절을 이루는 뼈 등 주변 조직에 손상이 발생하면 연골의 손상이 급속히 진행된다. 골밀도의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갱년기 여성에게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일상에서 하는 행동이 무릎관절염을 부른다

갱년기에서 오는 신체적 변화에 일상에서 무심코 행하는 행동이 더해지면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더욱 가속화한다. 무거운 짐을 자주 들거나 높은 굽의 구두를 즐겨 신고, 자주 무릎을 부딪치는 등의 부주의한 행동과 쪼그려 앉거나 다리를 꼬는 등의 잘못된 자세는 무릎관절에 많은 부담을 준다. 여기에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을 하지 않거나 비만인 경우엔 퇴행성 무릎관절염의 악화 요인을 스스로 만드는 셈이 된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잘못된 행동과 자세를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걷기 등 집 밖에서 행하는 근육 단련 운동은 내 무릎을 관리하는 좋은 방법이자 갱년기 여성의 심리적 변화를 다스리는 데에도 도움을 주는 현명한 방법이다.

여자라면 언젠간 찾아올 반갑지 않은 시기, 그 이름은 갱년기다. 나 에게도 엄마 나이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다. 그 시기를 대비해 높은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는 것, 그리고 하루를 운동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에게도 전화해 오늘 부터라도 당장 밖으로 나가 움직이고, 운동도 시작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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