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고 싶나… ‘정권교체 전쟁 싫다’던 트럼프가 변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개입 자제 미우선주의로 재집권 뒤
마두로 축출 이어 하메네이도 제거
역사적 위인 욕심에 지상전도 불사

도널드 트럼프(뒤) 미국 대통령이 2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테리 리처드슨 예비역 미 육군 사령부 주임원사 목에 명예 훈장을 걸어 주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왜 미국인 목숨을 바치고 미국인 세금을 써 가며 다른 나라 정권 교체를 위한 전쟁에 매달려야 하느냐고 전임 대통령들을 질책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뒤 돌변했다. 군사력을 동원해 불과 두 달 새 두 명의 철권 통치자를 축출하거나 제거했다. 영웅이 되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개월 만의 돌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 연합 공습을 통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죽인 뒤 처음 모습을 드러낼 곳으로 전쟁 유공자 명예 훈장 수여식을 골랐다. 2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그는 이번 전쟁 목표를 이란의 △미사일 제거 △해군 궤멸 △역내 대리 세력 지원 차단 △핵무기 확보 저지 등 네 가지를 제시하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대(對)이란 공격을 이끌고 있는 미국 중부사령부가 미군 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한 1일 “슬프게도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필요하면 지상군 투입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두 번째 백악관 입성 전까지 그에게서 볼 수 없던 결기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5월 중동 지도자들이 모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미국이 정권을 교체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9개월 뒤 이란 국민들에게 자국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며, 군사 개입에 지친 미국인들의 지지로 대통령이 된 그의 충격적 변신이라고 1일 보도했다.

목표가 모호한 까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사저에서 대이란 공습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 2일 미국 백악관 공식 계정에 게시된 사진이다. AFP 연합뉴스

자신감 덕일 수 있다. 13년간 권좌를 지켜 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1월 초 군사 작전으로 붙잡아 미국에 데려다 놓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 정권 전복 전략을 찾았다고 믿게 됐을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 신념이 37년간 이란 신정 체제 최고지도자로 군림한 하메네이 제거 시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론도 별 장애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2일 공개된 미국 CNN방송과 여론조사업체 SSRS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9%가 이란 공격 결정을 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권 공화당 지지층의 경우 77%가 공습을 지지했다. 지상군 투입에 대한 의견도 찬성(27%)이 반대(38%)보다 적었지만, 지난해보다 11%포인트 늘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란 및 베네수엘라 특사를 지낸 엘리엇 에이브럼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지지층은 패배나 미국인 사망, 장기전을 원치 않지만 힘이 제대로 사용되는 것을 보면 좋아한다”고 말했다.

근본적 추동력은 욕망이다. 에이브럼스는 WSJ 인터뷰에서 “1979년 이후 우리가 알아 온 이슬람공화국(이란)이 무너진다면 중동의 모든 게 바뀔 것”이라며 “트럼프는 중요한 역사적 위인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권 교체는 대이란 공격 목표에서 슬그머니 뺐다. 공습 당일 이란 신정 체제를 무너뜨리는 게 목표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는 목표로 꼽지 않았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 대표인 리처드 폰테인은 2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만약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슬람공화국을 무너뜨리는 데 실패하거나, 미군 사상자가 늘거나 미 국민이 전쟁에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면 트럼프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는 게 애초 목표였다고 주장하며 승리를 선언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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