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대통령 “트럼프 개입한 대선 투표 무효” 선언

“협박, 강요…국제사회 고발할 것”
미 “온두라스 국민의 의지” 일축

온두라스 대통령 선거에 후보자로 나선 나스리 아스푸라(왼쪽부터) 국민당 후보와 릭시 몬카다 자유재건당 후보, 살바도르 나스랄라 자유당 후보가 지난달 30일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투표한 뒤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테구시갈파=AFP 연합뉴스

온두라스 대통령 선거에 후보자로 나선 나스리 아스푸라(왼쪽부터) 국민당 후보와 릭시 몬카다 자유재건당 후보, 살바도르 나스랄라 자유당 후보가 지난달 30일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투표한 뒤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테구시갈파=AFP 연합뉴스

중미 온두라스 대통령이 지난달 실시된 자국 대통령 선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입했다며 9일(현지시간) 투표 무효를 주장했다. 온두라스 대선은 투표 종료 이후 실시간 개표 시스템의 문제 등으로 개표 결과 공개가 지금까지 미뤄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은 이날 수도 테구시갈파 북동부 올란초주(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국민들에게 (우리 당) 후보인 릭시 몬카다에 투표하면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고 위협한 것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협박, 강요, 선거전송시스템의 조작, 민의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것은 명백히 선거 쿠데타이며, 우리는 이를 국제사회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온두라스 선거관리위원회(CNE)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치러진 대선의 현재 개표율은 99.4%로, 좌파 집권당인 자유재건당의 몬카다 후보는 19.29%의 득표율로 꼴찌를 달리고 있다. 우파 국민당의 나스리 아스푸라 후보가 40.52%로 1위를, 중도우파 자유당의 살바도르 나스랄라 후보가 39.20%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온두라스 대선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온두라스 국민이 아스푸라를 강력히 지지해야 한다. 아스푸라가 승리하지 못하면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집권당이 승리할 경우 마약 테러리스트가 온두라스를 점령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은 이날 부정선거 논란을 반박했다. 미국 국무부는 “온두라스 국민의 의지는 자유재건당 정부의 통치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선거 무효화 요구를 뒷받침할 만한 신뢰할 만한 증거를 알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현 온두라스 집권당인 자유재건당의 지지자들이 9일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 거리에서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구시갈파=AP 연합뉴스

현 온두라스 집권당인 자유재건당의 지지자들이 9일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 거리에서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구시갈파=AP 연합뉴스

CNE는 법적으로 이달 30일까지 당선인을 발표해야 한다. 개표가 장기화하자 나스랄라와 몬카다 후보는 부정선거를 의심하며 재검표를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수백 명의 시위대도 이날 수도 테구시갈파 거리에서 개표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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