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밤의 비상계엄 선포’ 문제투성이… “국회 장악 시도 위헌적”
“계엄령, 행정·사법만 관장” 국회 진입 위헌
“예산안·탄핵은 비상계엄 요건 못 돼” 지적
국회에 알리지 않는 등 절차적으로도 문제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적 요소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계엄 선포 요건이 충족되지 못한 것은 물론 계엄령 선포 뒤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을 봉쇄하려던 행위는 입법권까지 장악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어 명백히 반헌법적이라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알리지 않는 등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① 계엄 선포 후 계엄군 국회 진입, ‘위헌’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뉴시스
4일 법률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6시간 비상계엄은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기본적인 선포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반헌법적 조치란 평가가 우세하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들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3일 밤 11시 48분부터 4일 오전 1시 18분까지 24차례 헬기를 동원해 국회 경내에 진입시킨 무장 계엄군은 230여 명에 달한다.
헌법 77조 3항에는 비상계엄 선포 시, 행정부나 사법부, 언론에 대한 조치는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국회에 대한 조치는 어디에도 그 근거가 없다. 계엄법상 계엄사령관이 관장할 수 있는 것은 행정권과 사법권에 국한되며, 입법권은 대상이 아니다.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을 막기 위해 견제 권한을 국회에 부여하는 취지다. 헌법 77조 5항에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각물_법조계가 지적한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의 문제점. 그래픽=신동준 기자
국회로 진입한 계엄군의 행동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통제하려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어 위헌적이란 얘기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명의로 전날 나온 계엄사령부 포고령 1항에 적힌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 활동 등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도 문제가 있는 조항으로 꼽힌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 출신의 김승대 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은 통상적인 국가 운영이 어려워 국가 권력 중 행정권과 사법권을 군의 지휘하에 둔다는 취지”라면서 “계엄령으로도 국회는 건드릴 수 없기 때문에 폐쇄 시도를 했다면 명백한 권한 밖 행위”라고 설명했다.
② “국회 통고도 없어” 절차 위반 소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했다. 연합뉴스
계엄을 선포하는 과정에서도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헌법과 계엄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계엄 선포 시 그 이유, 종류, 시행일시,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 지체 없이 계엄 선포를 국회에 통고할 의무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 담화문에는 구체적 사항은 없었고, 국회 통고 여부에 대해선 우원식 국회의장이 “통보가 없었다”고 밝혔다. 국무회의 심의가 열린 사실은 확인됐지만 누가 참석해 어떤 논의를 했는지 확인되지 않아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전 회장인 조영선 변호사는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는 규정은 대통령이 계엄을 측근에 의해 결정하지 못하도록 막고 최소한의 절차를 거쳐 행정 각부가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면서 “통고도 이뤄지지 않아 계엄법이 정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③ “계엄령 선포, 그 자체로 요건 안 돼”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설령 절차적 논란이 해소되더라도, ‘비상계엄 요건을 충족한 상황이었느냐’라는 의문은 남는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에 대해 “명백히 아니다”라고 말한다. 헌법 77조 1항에는 계엄 선포가 가능한 상황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근거로 야당의 잇따른 국무위원과 검사 탄핵,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를 들었다.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은 국회에서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은 채 기한을 넘어가는 경우를 대비해 준예산 제도까지 두고 있고, (민주당의) 탄핵도 헌법에 따른 권한 행사”라면서 “헌법이 예정하는 상황을 비상상황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혼란을 일으켜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의 김진한 변호사는 “전시·사변이란 병력에 의해서만 질서를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하는데, 이번 비상계엄은 거꾸로 질서를 무너뜨린 내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