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유조선 타격에 국제유가 껑충… 세계 경제 ‘타격’

트럼프 ‘미군 희생 복수’ 공언하자
이란 호르무즈해협  봉쇄 맞대응
장기화 땐 석유 공급망 타격 불가피
유가 급등·운임 80% 상승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도착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면서 중동 정세가 극심한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특히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중동 산유국의 핵심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자,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하는 등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에너지 공급과 제품 생산 및 수출 등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와 오만해양안전센터 등의 발표를 종합하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전날 무전을 통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시사한 후 팔라우 선적 스카이라이트호 등 민간 선박 최소 4척이 해협 인근에서 공격받아 승조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통행량은 전쟁 개시 전날인 지난달 27일 65척에서 이틀 후인 1일 단 6척으로 줄었다. 사실상 봉쇄 상태가 된 것이다.

하루이틀 만에 끝난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추출 때와 달리 이번 군사작전은 상당 시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호르무즈해협 봉쇄 기간이나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도 더 커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동영상 연설에서 “지난 36시간 동안 미국과 파트너들은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을 개시했다”며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NYT와의 전화 통화에서는 “4, 5주”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군사작전 과정에서 미군 3명이 전사한 것과 관련해 “안타깝게도 이 일이 끝나기 전에 더 많은 희생이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유가 폭등 전조…글로벌 자산 변동성 극심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운송이 차질을 빚자 국제 유가는 요동쳤다. 국제 유가 기준점인 브렌트유 가격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2일 오전 1시쯤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6% 이상 올라 77달러 선에 근접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12일 전쟁’ 이후 최고치다. 이미 브렌트유 가격은 미국 이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올해 들어 20% 이상 올랐고 지난주에 이미 배럴당 70달러를 넘어 최근 7개월간 최고치인 73달러 선에 근접했다.

해외 투자은행(IB) 등은 브렌트유 가격이 단기적으로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으며 호르무즈해협 통행 차질이 장기화되면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하고 있다. 경제조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가 되면 글로벌 물가상승률을 0.6~0.7%포인트 높이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주가는 이날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휴장인 한국 증시와 달리 먼저 문을 연 일본 닛케이지수는 장 초반 2% 넘게 급락했다가, 오후에 하락폭을 줄여 1.35%(797.27포인트) 하락한 5만8,053으로 마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이에 따른 원유 가격 급등으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가 강해졌다”고 전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하락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한때 하락했다가 소폭 상승으로 마감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온스당 5,390달러로 2% 이상 상승했으며,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될 때 매도 압력이 커지는 비트코인은 전쟁 개시 직후 6만4,00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가 일부 지지선을 회복했다.

봉쇄 장기화 여부…파장 크기 좌우

1일 전 세계 석유와 가스의 대부분이 통과하는 중요한 수로인 호르무즈해협에서 해군 함정이 항해하고 있다. 호르무즈=AFP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단기에 그칠 경우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1970년대식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파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경로에도 변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롬바드오디에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새미 차르는 로이터에 “전쟁이 장기화하면 원자재, 채권 금리, 통화, 석유에 민감한 주식 섹터, 인플레이션 전망, 통화정책 경로가 커질 것”이라며 “특히 장기화할 경우엔 경제 성장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봉쇄 장기화 여부는 향후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의 크기를 좌우할 최대 변수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와 천연가스의 최대 30%가 호르무즈해협이 위치한 중동산이며, 이는 한국의 총 에너지 소비의 56%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임스 김 한국프로그램 국장은 “분쟁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화물 이동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한국이 감당할 수 있지만, 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은 전력 공급 유지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역량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해협 봉쇄로 우회 항로를 이용하면 해상 운임이 50~80% 오르고 운송 기간도 3~5일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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