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결국 ‘지명 철회’… 부실 검증에 빛바랜 ‘통합’ 인선
국회 청문회 실시 이틀 만에 신속 결정
靑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
‘통합’만 앞세운 靑 검증 책임 불가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1회 국회(임시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인 이 후보자를 파격 발탁한 지 28일 만이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지 이틀 만이다. ‘통합’을 인선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부동산 청약·자녀 대학 입학 관련 의혹에 대한 이 후보자의 해명이 국민 눈높이를 맞추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은 숙고와 고심 끝에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이어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인사청문회와 이후 국민적 평가에 대해 유심히 살펴봤다”며 “이 후보자는 보수 진영에서 세 차례나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안타깝게도 국민주권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통합 인사를 통해 대통합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자 하는 이 대통령의 숙고와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지난달 28일 이 후보자를 이재명 정부에서 신설되는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발탁한 사실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진영을 넘나든 인사에 대한 긍정 평가가 적지 않았다. 특히 여권에선 이 대통령이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주요 부처 수장에 보수 진영 인사를 지명한 것을 두고 대통령의 확고한 ‘통합’ 의지가 반영됐다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파격 인사가 부정 평가로 뒤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후보자의 12·3 불법 계엄 옹호 발언으로 시작해 보좌진에 대한 폭언 등 갑질 의혹, 장남의 ‘위장 미혼’ 부정 청약 및 특혜 입학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만 이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어렵게 모셔 온 분인 만큼 청문회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23일에야 우여곡절 끝에 국회 청문회가 진행됐다. 하지만 청문회에서도 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동산·자녀 특혜 입학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자, 이 대통령이 서둘러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측은 이 후보자 측에는 홍 수석의 브리핑 직전 지명 철회 사실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자의 낙마로 청와대의 부실 검증에 대한 책임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후보자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 중 청와대가 사전 파악한 것은 계엄 옹호 발언 정도로 알려졌다. 보좌진 갑질 의혹은 국회 주변 세평을 듣거나, 부동산 청약 의혹 등은 서류상으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의혹들이었다. 통합을 앞세운 기획 인선에만 몰두하다 정작 필요한 도덕성 검증 등은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지명 철회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장관 후보자 낙마 사례는 이진숙(교육부 장관)·강선우(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후 세 번째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