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우리는” 선창에 “식구다”… 빅테크 CEO들과 ‘샌프란 깐부회동’

李, 버거집서 재계·빅테크 수장들과 만찬
깐부회동 염두한 듯 “치킨 필요한데” 농담
젠슨 황, 맥주 더 사라며 “코리아 소 리치”
CEO들 “한국만의 AI 모델 만들 필요 있어”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 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 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테리 프랑수아대로 855번지의 ‘램프 레스토랑’ 앞 교차로 주변에는 경찰들이 탄 오토바이와 밴들이 줄지어 있었다. 버거와 피시앤칩스, 타코, 포케 등을 18~25달러에 먹을 수 있어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저렴한 레스토랑에 속한다. 이처럼 서민 식당 앞에 경찰차가 늘어선 것은 지역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교통경찰 도미닉은 “평소에 자주 교통 정리하는 위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만 선착장 앞 위치한 이 레스토랑의 야외 테라스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해 한국 재계 총수들과 미국 빅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경영진들이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을 마친 뒤 만찬을 함께하고 있었다.

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맞은 편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혹탄 브로드컴 CEO,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하드웨어 사장 등 미국 빅테크 기업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정부 측에선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이 함께했다.

미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소재 식당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이 대통령과 양국 인사들은 각자 병맥주를 들고 야외 테라스에서 기념촬영을 한 다음 식사를 시작했다. 이들이 자리한 테이블에는 만찬 메뉴로 미니버거와 피시앤칩스, 오징어튀김, 클램차우더가 차려졌다. 이 대통령은 황 CEO 방한 시 서울에서 열린 ‘깐부 회동’을 의식한 듯 “치킨이 필요할 텐데”라고 웃으며 말하자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황 CEO가 이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버거 먹은 게 언제인가요”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웃으며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가족을 밥을 같이 먹는 사이라고 한다”며 한국어로 ‘우리는 식구다’를 건배사로 제안했다. 이 대통령이 “우리는”을 외치자 참석자들이 “식구다”를 외치며 맥주잔을 부딪쳤다. 황 CEO도 “위 아 패밀리(We are family)”라고 화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레드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 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CEO,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부 장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샌프란시스코=뉴시스

이 대통령은 또 황 CEO에게 “용산 전자상가를 다니던 젊은 시절이 큰 에너지원이 됐느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엄지 척’ 포즈를 취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식사비를 내겠다는 배 부총리의 말에 황 CEO가 “맥주를 더 마셔도 되냐.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맥주를 사라”고 하자, 이 대통령이 “공무원이라서 안 된다”며 다시 농담을 던졌다. 황 CEO는 최근 한국의 반도체 호황을 말하는 듯 “코리아 소 리치(Korea so rich)”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배 부총리가) LG 연구원이었다”고 참석자들에게 소개하자, 황 CEO가 “그러면 돈을 많이 벌었겠다”고 맞받았다. 이에 이 대통령이 “돈을 벌기 직전에 모셔 와서 돈을 못 벌게 됐다”고 재차 농담을 던지는 등 만찬은 시종 훈훈한 분위기였다. 이날 진행된 ‘샌프란시스코 AI 서밋’과 만찬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행사인 만큼 만찬 비용도 배 부총리가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 도중 황 CEO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묻자 이 대통령은 “지난해 1% 근처였지만 올해는 3%를 넘길 것 같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옆에 앉은 기업인들을 가리키며 공을 돌리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은 3% 정도인데 AI 반도체 판매 가격이 오르면서 명목상 GDP 성장률은 함께 올라가고 있다. 수십 년 만에 처음”이라고 답했다.

이에 이 회장이 황 CEO에게 “Thanks to you(당신 덕분입니다)”라고 했고, 황 CEO는 “그럼 맥주 한 병 더 해도 되나요. 한 병 더 필요합니다”고 농담을 건넸다.

비공개 만찬에서는 이 대통령이 “기업인들 덕분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올라갔고 이는 수십 년 만의 최고의 실적”이라며 “참석자들을 격려하고 앞으로도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기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에 미국 빅테크 CEO들은 “한국은 이미 (AI) 글로벌 3강으로, AI 기술이 어려운 기술임은 맞지만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 한국에 투자해서 단기간에 최상급 프론티어 AI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다른 나라의 AI 모델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만 한국만의 AI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현지인들 “한국 대통령과 AI 리더들이 함께?” 반응

비영리기구에서 일하는 브리앤 베세다 가족은 “우리는 북부 지역에 사는데 주말에 가족 나들이를 나왔다가 우연히 한국 대통령과 빅테크 거물들을 보게 됐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글로벌 AI 리더들의 회동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한편 레스토랑에 있던 현지 손님들은 이 대통령의 만찬 회동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비영리기구에서 일하는 브리앤 베세다의 가족은 “우리는 북부에 사는데 주말 가족 나들이를 왔다가 우연히 한국 대통령과 빅테크 거물들을 보게 됐다”며 “경호가 삼엄해 챗GPT에 물어봤더니 AI 거물들이 모여있다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베세다가 “한국이 AI 강국이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고 하자, 그의 남편은 “학교 교사인 나보다 세상 이치에 밝다”며 추켜세웠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한국을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AI 공급망 핵심 국가로 도약시키겠다는 내용의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지금은 한국의 황금기”라며 “함께 한국과 세계를 위한 AI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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